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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만분의 1의 사나이 … 최고를 노래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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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경쟁자이면서도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던 존박을 제치고 우승한 허각. 그는 “앞으로 가슴에 와 닿을 수 있는 노래를 하겠다”며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연합뉴스]

믿기지 않는 짜릿한 드라마. 방송 석 달 내내 신드롬을 일으켰던 오디션 리얼리티쇼 ‘슈퍼스타K 2’의 우승자는 ‘미친 가창력’ 허각(25)씨였다. “내가 이 무대의 주인공이 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해냈다.” 크지 않은 키(1m63㎝)에 중졸 학력, 환풍기 수리 등 고달픈 생계벌이 속에서도 음악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던 스물다섯 살 청년. 22일 밤 서울 경희대 평화의전당을 가득 메운 4000여 관중은 기립 갈채로 ‘보통 영웅’의 탄생을 기렸다.

 ◆짜릿한 반전 드라마=“노래를 사랑하는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사람”(심사위원 이승철)의 “드라마 같았던”(엄정화) 최종회. 허각은 사전 인터넷투표(10%)에서 우위를 보이긴 했지만 60% 비중의 실시간 문자투표에서 고정 팬층이 두터운 존박에게 밀릴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이날 자유곡 ‘사랑비’와 조영수 작곡가의 신곡 ‘언제나’를 부른 허씨는 탁월한 가창력과 자유분방한 곡 해석을 뽐냈다. 매회 미션 수행을 거치며 탄력받은 무대 매너로 관객을 빨아들였다. 자유곡으로 ‘취중진담’을 선택한 존박을 심사위원 점수(30%)에서 13점 차로 앞섰다. 승리의 원동력은 총 130만여 표가 몰린 문자투표. 허씨는 여기에서 압도적 표 차를 기록했고 총점 988점으로 596점에 그친 존박을 따돌리고 우승상금 2억원을 차지했다.

 ◆케이블 최고 대박상품=지난해 첫선을 보인 ‘슈퍼스타K’는 총 134만여 명이 참가한 시즌2에 와서 김지수·장재인 등 실력파 뮤지션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였다. 출연자들의 인간적 면모에 초점을 맞춘 리얼리티 구성은 여느 드라마 못지않게 화제몰이를 했다.

 생방송 본선이 시작된 9월 4일 엠넷(Mnet)·KM채널 합산 시청률이 케이블 사상 처음으로 두 자릿수(10.213%·AGB닐슨미디어리서치)를 기록했다. 매회 방송 때마다 동시간대 지상파까지 통틀어 시청률 1위를 이어 갔다. 본선 다섯 차례 시청률 평균이 14.09%로 지상파 3사에서 방송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평균(10.6%)보다 높다. 최종회는 ‘마의 15%’를 넘은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 최고 20여만 콜이었던 문자투표도 최고 130만 콜을 훌쩍 넘었다. 톱 4 무대에서 강승윤이 부른 ‘본능적으로’가 주요 음원 사이트 1위를 휩쓰는 등 신드롬이 확산됐다.

 ◆한국의 사이먼 코웰 활약=미국의 원조 오디션 프로그램 ‘아메리칸 아이돌’이 심사위원 사이먼 코웰의 독설로 한층 화제가 됐듯 ‘슈퍼스타K’도 톡톡 튀는 심사평이 재미를 배가했다. 톱가수 이승철의 냉정한 촌철살인, 프로듀서 윤종신의 깐깐한 시장성 평가, 이와 대조되는 엄정화의 따뜻한 격려가 프로페셔널리즘의 권위를 재확인시켰다. “꿈의 크기가 가장 큰 사람을 뽑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박진영), “(심사기준) 1번은 희소가치다. 남들이 많이 하는 걸 하려면 굉장히 잘해야 한다”(윤종신), “감탄은 있는데 감동은 없다”(이승철) 등 어록을 남겼다. 점수 버튼을 누르기 전 “제 점수는요”, 중간광고를 예고한 “60초 후에 공개됩니다” 등은 올 최고 유행어로 떠올랐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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