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국에서는 이혼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이혼이 늘면 사회가 불안해진다고 믿은 정부가 개인의 ‘이혼 자유’를 제약한 탓이다. 그래서 이혼을 신청하면 직장 상사나 지역 당 간부 등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설득하면서 이혼을 만류했다. 이 때문에 억지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부부가 많았다.
그러나 중국에서 더 이상 이런 풍경은 찾기 어려워졌다. 중국에서 이제 이혼은 식은 죽 먹기가 됐다. 이혼 사유가 생기면 간단한 이혼 수속만 받으면 그만이다. 돌아서면 남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심지어 『중국식 이혼』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TV드라마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는 246만 쌍이 이혼했다. 하루 평균 6700여 쌍이다. 2001년에 비해 불과 10년도 안 돼 2배로 늘어났다.
이런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이혼 절차가 손쉬워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3년 결혼 등록 규정을 개정했다. 과거엔 이혼을 원하는 부부가 직장이나 지역 위원회에 이혼 사유를 일일이 설명하고 문서로 동의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새 규정에 따르면 재산 문제나 자녀 양육권 분쟁이 없는 한 각자 판단에 따라 이혼이 가능해졌다.
이혼율이 급증한 또 다른 원인으로 ▶급격한 경제 성장에 따른 성(性)과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호구제도의 완화로 사회적 이동성 증가 ▶여성의 지위 향상 등이 꼽힌다. 일부 지역에서는 허위 이혼 도 늘고 있다. 상하이 의 경우 주택을 가구당 한 채만 사도록 규제하자 허위 이혼을 한 뒤 부부가 각자 집을 사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