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중, 13초에 1쌍꼴 파경 … 이혼율 10년 새 2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한때 중국에서는 이혼은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어려웠던 시절이 있었다. 이혼이 늘면 사회가 불안해진다고 믿은 정부가 개인의 ‘이혼 자유’를 제약한 탓이다. 그래서 이혼을 신청하면 직장 상사나 지역 당 간부 등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설득하면서 이혼을 만류했다. 이 때문에 억지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부부가 많았다.

 그러나 중국에서 더 이상 이런 풍경은 찾기 어려워졌다. 중국에서 이제 이혼은 식은 죽 먹기가 됐다. 이혼 사유가 생기면 간단한 이혼 수속만 받으면 그만이다. 돌아서면 남이 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심지어 『중국식 이혼』이란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TV드라마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에서는 246만 쌍이 이혼했다. 하루 평균 6700여 쌍이다. 2001년에 비해 불과 10년도 안 돼 2배로 늘어났다.

 이런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이혼 절차가 손쉬워졌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3년 결혼 등록 규정을 개정했다. 과거엔 이혼을 원하는 부부가 직장이나 지역 위원회에 이혼 사유를 일일이 설명하고 문서로 동의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새 규정에 따르면 재산 문제나 자녀 양육권 분쟁이 없는 한 각자 판단에 따라 이혼이 가능해졌다.

 이혼율이 급증한 또 다른 원인으로 ▶급격한 경제 성장에 따른 성(性)과 결혼에 대한 인식 변화 ▶호구제도의 완화로 사회적 이동성 증가 ▶여성의 지위 향상 등이 꼽힌다. 일부 지역에서는 허위 이혼 도 늘고 있다. 상하이 의 경우 주택을 가구당 한 채만 사도록 규제하자 허위 이혼을 한 뒤 부부가 각자 집을 사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베이징=장세정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