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행정도시법·민법 표결 뒷이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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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정치권에선 전날 통과된 행정도시 특별법과 민법 개정안에 대한 뒷이야기가 무성했다. 의원들 간에 의견이 크게 갈렸던 두 법안에 대해 누가 어떤 이유로 찬성 또는 반대표를 던졌는지 화제가 됐다. "내 입장이 잘못 전달됐다"며 국회 사무처에 정정을 요구하는 의원도 나왔다.

◆'일사불란'자평한 여=열린우리당 원내 관계자는 3일 "본회의장에서의 조치들이 짜임새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세균 원내대표를 비롯한 대표단의 적절한 현장 지휘로 행정도시 특별법 통과에 성공했다는 주장이다. 2일 밤 여당 의원 30여 명은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들어서기 직전 김부겸 수석부대표의 지시에 따라 의장석 주위를 둘러싸고 스크럼을 짰다. 야당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던 이들은 김덕규 의장대리가 표결을 선언하자 1차로 10여 명이 먼저 자신의 의석으로 돌아가 투표 버튼을 눌렀다. 1조가 돌아온 뒤 2조 의원들이 스크럼을 풀고 좌석으로 달려가 투표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여당 지도부는 또 4월 국회에서 처리하자는 야당 주장을 "4월에는 선거재판 결과에 따라 과반수 의석이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아래 물리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동당이 투표에 참가하지 않고 퇴장,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해 이해찬 총리와 김근태 복지부 장관 등 의원 겸직 장관 전원을 호출했다.

한나라당에서는 김덕규 의장대리의 회의진행이 너무 빨라 표결에 참가하지 못했다는 불평이 나왔다. 기권으로 집계된 박근혜 대표는 "재석에 이어 찬성 버튼을 누르려는데 (김 의장대리의 투표종료 선언으로) 전원이 나가 기권으로 표시됐다"고 말했다. 박재완 의원은 "반대 단추를 눌렀지만 투표 종료를 선언한 뒤였다"며 "기권한 것이 아니라 반대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계진 의원은 "투표 당시 본회의장에 있었지만 착석하지 않았는데 재석 버튼에 불이 들어 왔고 기권으로 표시됐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의원 중 찬성파는 주로 당 지도부이거나 국회 수도이전특위 위원들이었다. 반대한 의원 11명 중엔 이명박 서울시장의 형인 이상득 의원도 있었다.

◆"지역특성 민법 투표에 반영"=호주제 폐지를 담은 민법 개정안 반대 의원 상당수가 유림(儒林)의 영향력이 큰 지역 출신이다. 경북 지역의 경우 투표에 참가한 의원 13명 중에서 권오을(안동) 의원을 비롯한 12명이 반대했다. 남은 1명(이병석 의원)도 기권이다. 경남에선 최구식(진주갑) 의원 등 11명이, 충남에선 홍문표(예산) 의원 등 5명이 반대했다. 경남 의원 중 찬성표는 김양수 (양산) 의원이 유일했다. 민법 개정안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열린우리당에서도 2명(이강래.정장선)의 반대표가 나왔다. 정장선(평택을) 의원은 "호주제 폐지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부모의 성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조항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화갑.자민련 김학원 대표와 한나라당 이규택.이재창.이경재.홍준표 의원 등도 반대했다.

여성 의원 중엔 반대가 없었지만 이혜훈.송영선 의원 등 2명이 기권했다.

김정욱.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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