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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 부인은 요리사] 데스쿠에트 프랑스 대사 부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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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키슈(quiche)는 프랑스 주부들이 가장 선호하는 요리 중 하나입니다. 만드는 데 30분 정도면 충분해요. 쉽고 간단하죠. 무엇보다 맛이 그만이에요."

지난 2일 서울 합동 프랑스 대사관에서 만난 크리스틴 데스쿠에트(40) 주한 프랑스 대사 부인이 평소 대사관 손님들에게 즐겨 내놓는 음식은 파이의 일종인 키슈다. 이날 소개한 햄과 베이컨을 얹은 키슈는 프랑스 동부 로렌 지방에서 유래한 것이다. 키슈의 매력은? "소박함이죠. 세련된 파리지엔의 음식이 아니라 시골 마을에서 엄마가 정성껏 준비한 아이들 간식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제 소망을 담은 듯한 음식이라 정이 갑니다."

로렌 지방의 키슈는 그리스 사람인 그가 처음으로 만들어 본 프랑스 음식이라 더 뜻깊다. 남편은 그가 내놓은 키슈에 두말없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프랑스 남자의 인정을 받으니 정말 기쁘더군요." 키슈뿐 아니라 그는 세계 각국의 요리에 관심이 많다. 일본에 살 땐 쓰지 요리전문학교를 다니며 요리 솜씨를 갈고 닦았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경험을 살려 지난해 '프랑스 대사 부인에게 배우는 리빙 인테리어'라는 책을 펴냈던 그는 조만간 자신만의 요리비법을 담은 책도 펴낼 생각이다.

할 줄 아는 한국 음식이 있느냐고 물었다. 뜻밖에도 자신이 지난해 말 담갔다는 김치를 한 대접 내왔다. 한국 부임 후 김치공장을 견학할 기회가 있어서 배웠단다. "코르동 블루(프랑스의 유명한 요리전문학교) 한국 분교에서 김치에 카망베르 치즈를 넣은 퓨전 요리를 가르친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정말 맛있어요."

한국 생활은 올해로 5년째. 데스쿠에트 부인의 '과거'는 이채롭다. 그는 일본 고베(神戶)에서 그리스인 부모 밑에서 태어나 28년을 일본에서 보냈다. 고베 지역 방송국 VJ와 모델로 활동했고 인테리어 디자이너로도 일했다. 결혼 전에는 그리스에서 여행사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했다. 일본어.영어.프랑스어.그리스어 등 4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게 이해가 간다. 프랑수아 데스쿠에트 대사가 오사카 총영사로 일하던 1988년 패션쇼에서 만나 결혼에 골인했다.

◆ 키슈=밀가루에 버터.소금.물을 넣고 반죽, 오븐에 240도로 15분 구워 패스트리를 만든다. 잘게 썬 햄과 베이컨을 볶아 패스트리 위에 얹는다. 달걀과 생크림.후추 등을 따로 그릇에 섞은 뒤 패스트리에 부은 다음 오븐의 온도를 150도로 내려 20분간 굽는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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