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최철한 '9시간 혈투' 끝 돌 던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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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 최철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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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무살 신흥강자 최철한 9단이 3일 베이징(北京)에서 속개된 응씨배 세계바둑선수권전(우승상금 40만 달러) 결승 3국에서 중국의 창하오(常昊)9단에게 패배하며 1승2패로 막판의 위기에 몰렸다. 최철한은 5일과 7일의 결승 5번기 4, 5국을 모두 이겨야 우승할 수 있게 됐다.

이날 대국은 TV와 인터넷 해설자들의 말을 빌리면 '전무후무한 대격전'이었다. 최철한의 기세와 창하오의 집념이 팽팽히 맞서며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바람에 판 위엔 생사를 건 아슬아슬한 전투가 쉴새없이 이어졌다. 이 바람에 양측은 모두 제한시간을 넘겨 최철한은 4집, 창하오는 2집의 벌점을 받아야 했다. 오전 10시에 시작한 대국은 오후 8시에 끝나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도 9시간이나 걸렸다. 세계대회 사상 가장 긴 한판이었다. (응씨배 제한시간은 각 3시간30분. 35분 초과마다 2집의 벌점을 받고 3회 초과하면 실격패를 당한다. 덤은 8집.)

승부는 좌하의 마지막 전투에서 결정났다. 흑을 쥔 최철한은 우중앙 대마를 내주며 이곳 공격에 모든 전력을 집중했으나 창하오가 전에 볼 수 없는 강인하고 치밀한 수순을 밟아 살아버린 것이다. 172수 백불계승.

최철한 9단은 대국 전 "나는 세계대회 우승컵이 아직 없다. 이창호 9단과 이세돌 9단처럼 나도 최강 한국바둑의 명예를 걸고 꼭 우승컵을 따내겠다"고 다짐했다.

이창호.조훈현.이세돌 등 한국기사와의 결승전에서만 무려 여섯 번이나 패배한 창하오 역시 이번 결승전을 명예회복의 마지막 기회로 보고 비장한 자세로 승부에 몰입하고 있다. 창하오는 "중국바둑은 잉창치(應昌期) 선생에게 빚지고 있다. 선생은 중국바둑을 위해 이 대회를 만들었으나 우리는 지난 16년간 단 한번도 우승하지 못했다. 나는 그점을 한시도 잊지 않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지난 몇 달간 한국과의 대결에서 잇따라 졌다. 우리는 더 물러설 곳이 없다"고 말하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최철한은 일단 승부의 분수령인 3국에서 패배했다. 그러나 국내 프로기사들은 이창호 9단을 잇따라 격파하고 국내 3관왕에 오른 최철한 9단이 '독사'라는 별명 그대로 강한 정신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반드시 국제무대의 한마리 용으로 솟아오를 것이라고 믿고 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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