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비싼 이지스함보다 대잠무기부터 갖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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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양국의 국방 현실에 정통한 마이클 피네건(사진) 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부터 한국의 국방개혁에 대한 조언을 들었다. 미 국방부에서 한국과장을 지낸 피네건은 “한국군은 육·해·공군의 부조화와 무기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뒤 “2020 국방개혁 플랜을 재검토해 시급한 분야부터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무기체계의 가장 큰 문제는 뭔가.

 “천안함 사건에서 볼 수 있듯 한국은 대잠수함 무기체계가 미흡하다. 북한은 잠수함 작전능력이 뛰어나다. 따라서 한국은 P-3C 대잠초계기나 더 많은 수의 전투함을 갖추고 소나(음파탐지기) 시스템도 강화해야 한다. 연안의 음향감시체계 등 수중조기경보장치(SOSUS)도 필요하다. 잠수함 능력 이외에는 전반적으로 낙후된 북한 해군의 수준을 감안해 볼 때 한국 해군으로서는 최고 수준의 무기시스템, 예컨대 돈이 많이 드는 이지스함을 사는 것보다는 대잠수함 무기체계를 갖추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

 - 그래도 막대한 돈이 들지 않나.

 “한국은 어디에 돈을 써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한국형 전술무선시스템(Korean tactical radio system)을 보자. 한국은 여기에 20년째 돈을 쓰고 있다. 그러는 새 미국의 무선시스템은 두 세대를 뛰어넘어 진화했다. 한국은 구식 시스템을 계속 살려두고 있는 셈이다. 이런 점이 군에 대한 문민 통제가 필요한 이유다. 대신 한국은 독자적인 정보·감시·정찰(ISR) 능력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현재는 주한미군의 U-2 정찰기에 의존하고 있지만 글로벌호크와 같은 정찰기를 독자 보유할 때라고 생각한다.”

 -민간 출신 국방장관이 미군을 어떻게 움직이나.

 “나는 27년간 장교로 근무했는데 마지막 보스는 민간 출신이었다.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 로버트 게이츠 장관이나 도널드 럼즈펠드 전 장관은 수십 년 동안 국방 분야를 공부한 전문가다. ”

 -첨단 무기로 무장한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전에서 고전하고 있다. 미국은 미래전을 어떻게 준비하나.

 “이라크·아프간 전을 거치며 무인시스템 등 미국의 군사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아프간 전쟁의 문제는 군의 문제라기보다 정치의 문제다. 미래전은 결국 군사기술이 결정할 것이다. 현재 미국을 비롯한 43개국에서 군사 로봇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특별취재팀=최상연·김정욱(워싱턴)·정경민(뉴욕)·박소영·김현기(도쿄)·장세정(베이징)·이상언(파리) 특파원, 예영준·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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