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with] 김은희씨의 바리스타 체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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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전문가 '바리스타(barista)'. 좋은 원두를 골라 다양한 맛과 향의 커피를 만들어 내고 고객이 커피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하는 역할을 한다. 올 봄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 김은희(27)씨가 약혼자 김병진(33)씨와의 '달콤한 커피 타임'을 꿈꾸며 바리스타 체험에 나섰다. 목표는 에스프레소(커피 원액) 위에 우유거품.초콜릿 등으로 멋진 그림을 그려내는 '라테 아트' 완성하기.

글=신은진 기자<nadi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 수험생처럼 열심히 이론 공부를 하고 <1>, 에스프레소 추출<2>부터 라테 아트<3>까지 부지런히 배웠다. 약혼자에게 작품 선보이기로 커피향 가득한 하루 마감. 덤으로 바리스타 교육 수료증도 받았다.

*** 향긋한 오리엔테이션

교육을 받을 커피사업지원센터(CBSC) 사무실에 들어서자 그윽한 커피향이 밀려온다. 바리스타 이영민(32)씨가 내온 커피잔들을 본 순간 '와'하고 탄성이 나왔다. 나뭇잎.하트.꽃.타지마할 궁전…. 커피 위에 우유 거품으로 그려진 그림들이 예술작품에 가깝다.

"라테 아트에는 일반 커피가 아닌 에스프레소만 사용해요. 그 위에 거품 낸 우유를 부은 뒤 젓는 방법을 달리해 다양한 그림을 그리죠."

에스프레소라면 진한 커피 원액인데 카페인 때문에 해롭지는 않을까. 오빠는 라이브 카페 가수라는 직업 때문에 밤낮이 바뀌어 가뜩이나 숙면 취하기가 힘든데. 바리스타 선생님은 내 걱정이 오해라며 고개를 젓는다.

"에스프레소의 카페인 함량은 일반 원두커피의 3분의 1정도예요. 높은 압력에서 짧은 시간 내에 원액을 추출하기 때문에 커피와 물이 닿는 시간이 긴 일반 커피보다 카페인을 적게 함유하는 거죠."

*** 에스프레소 추출하기

"7g 안팎, 52~55개의 커피 원두에 섭씨 90도의 물 30cc, 8~10기압의 힘을 가해 30초 안에 추출해 내는 것이 에스프레소의 공식입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더니, 커피 만들기가 이렇게 복잡할 줄이야. 심각한 내 표정을 본 선생님이 다시 강조한다.

"에스프레소는 만드는 조건을 정확히 지켜야 제대로 뽑아낼 수 있어요. 원두와 물.온도.압력 중 어느 하나라도 바뀌면 맛이 미묘하게 달라지거든요."

조건에 맞게 잘 만들어진 커피는 색깔부터 다르단다. 추출된 커피 표면에 떠있는 3~4㎜의 거품이 붉은 기운이 약간 도는 황금색이어야 가장 맛있는 상태라고. 그러고 보니 내가 뽑은 에스프레소는 선생님 것과는 달리 색깔이 밝고 위쪽에 하얀 얼룩이 생겼다.

"너무 강하게 추출됐기 때문이에요. 그러면 쓴 맛. 신맛이 두드러지고 향도 적게 난답니다."

똑같은 방식으로 뽑았는데 이렇게 결과가 다르다니. 좀 창피하긴 하지만 좋은 걸 배웠다. 앞으로 커피 매장에 가면 에스프레소 거품 색깔부터 확인해 봐야지.

*** 도전, 라테 아트

섭씨 65~70도에 부드럽고 광택이 나는 상태가 된 우유를 에스프레소 위에 붓는다. 이때 우유를 붓는 높이와 양.속도.손놀림에 따라 그려지는 모양이 달라진단다. 떨리는 손으로 우유가 담긴 스팀 피처를 건네받았다. 좀처럼 모양이 나오지 않는다. 조금 더 쉽다는 초코 시럽으로 모양 내기를 시도했지만 역시나 실패. 우물쭈물하고 있자 선생님이 한마디 던진다.

"그러다 커피 다 식어요. 라테 아트는 20초 안에 완성해 고객에게 드리는 것이 원칙입니다."

커피잔이 수십 개 쌓인 뒤에야 겨우 어설픈 하트 모양 하나와 나뭇잎 하나를 완성했다. 선생님은 "초보치고는 기특하다"고 평가한다. 아직 부족하지만 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교육생들에게 주는 수료증도 주셨다. 남은 건 '고객'의 평가. 조심스레 쟁반에 얻어 오빠가 기다리고 있는 테이블로 가져갔다.

"와아, 정말 네가 만든 거 맞아? 아까워서 못 먹겠네."

어설픈 내 작품에 진심으로 감탄해주는 당신, 고마워요. 열심히 연습해 결혼하면 매일 아침 '당신만을 위한 바리스타'가 될게요.

진행 협조=소형가전 브랜드 크룹스(KRU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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