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리포트] 말 많은 판교 아파트 분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3면

부동산은 참 묘하다. 몇 달 전만 해도 꽁꽁 얼어붙어 이대로 주저앉지 않을까 불안감을 안겨주더니만 최근 들어서는 집값이 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불과 몇 달 새에 극과 극을 달리는 양상이다. 그래서 부동산 투자가 매력적인지 모른다. 상투를 잡아 쪽박을 차는가 싶다가 금방 상황이 달라져 떼돈을 버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투자를 잘못해 패가망신한 사람도 적지 않지만 꿋꿋하게 기다리면 값이 올라 팔자를 고친 사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분양가 규제와 함께 2만 가구나 되는 아파트를 한꺼번에 분양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정부의 판교 부동산 대책을 놓고 말이 많은 모양이다. 한쪽에서는 "시장경제를 완전 흐트러놓은 무지막지한 정책"이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오죽했으면 법에도 없는 희한한 방안을 마련했을까" 측은해 하는 견해도 나온다.

일부 시장경제론자들이나 부동산 관련업 종사자들은 판교 방안을 몹쓸 정책으로 몰아붙이는 반면 서민층이나 부동산값 상승을 우려하는 단체는 정부 조치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무슨 정책이든 이해 관계가 엇갈리게 마련이다. 손해가 예상되는 계층에서는 못된 정책이라고 비판할 것이고 수혜 대상에서는 그 반대 의견을 내놓는 게 세상의 이치가 아닌가.

문제는 또다시 집값을 올려 돈을 벌어보겠다는 집단들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집값 안정을 위해 규제를 왕창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모든 것을 시장 기능에 맡기면 자연적으로 공급이 늘어나 주택문제가 해결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하면 정말 집값이 안정될까. 오랫동안 현장을 지켜본 진정한 전문가라면 이들의 견해에 결코 찬성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식 시장경제는 우리 현실에 맞지 않을 뿐더러 수요가 많은 도시 내에 무제한으로 공급을 늘릴 수도 없고 설령 공급확대 정책을 편다 해도 집값이 상향 평준화돼 오히려 부작용만 키우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는 사용 가능한 토지를 늘려 천정부지로 치솟던 땅값을 잡아보려 했던 김영삼 정부의 준농림지 제도도 전국의 땅값만 올리면서 마구잡이 개발을 불러 왔으며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한 강북의 뉴타운 정책 또한 강북의 집값을 강남 수준으로 올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점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부동산 정책에는 해답이 없다. 다만 어떤 조치를 취해서라도 더 이상 집값이 뛰지 않게 해야 한다. 이번 기회에 금리나 세금 등을 통해 곧바로 수요를 관리할 수 있는 획기적인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최영진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