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하방 7년이 나를 키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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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탄압을 받았던) 아버지 때문에 공산당 입당 원서를 열 차례 썼지만 모두 퇴짜 맞았다.”

 중국 공산당 군사위 부주석에 오르면서 차기 지도자로 입지를 굳힌 시진핑(習近平·사진)국가 부주석의 불우했던 성장기에 대해 홍콩명보가 20일 상세히 보도했다. 시 부주석은 고위층 아들로 태어났으나 부총리를 지낸 아버지 시중쉰(習仲勛)이 숙청되면서 순탄치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다.

 이 같은 사연은 2003년 박사학위를 받은 푸젠성 인사들의 글을 모아 엮어낸 한 책에 실려 있다고 명보는 전했다. 시 부주석은 푸젠성 성장을 역임하던 2002년 모교인 칭화대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는 “성실하게 남을 대하고 일은 확실하게하며, 과시하지 말고 실질적인 성과만을 추구한다”는 자신의 좌우명으로 글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시 부주석은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친 하방(농촌으로 내려가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일) 경험을 적었다.

 그는 1969년 산시(陝西)성 옌안(延安) 량자허(梁家河)촌으로 하방돼 농민들과 함께 7년을 살았다. 그는 이 시기에 대해 “그때 나는 무엇이 실질적인 일이고 무엇을 실사구시라고 하는지, 누구를 민중이라고 하는지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이는 내가 평생 지켜야 할 것으로 나의 자신감을 북돋아주었다”고 설명했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인민은 우리 공산당원의 의식(衣食)이며 부모다. 전심전력을 다해 힘껏 일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또 하방경험을 통해 쉬지 않고 자신을 단련하는 법을 체득했다고 시 부주석은 회고했다.

 시 부주석은 특히 “육체적·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간을 견딜 수 있는 힘을 다른 사람과의 융화에서 찾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버지는 내가 어릴 때부터 융화와 융화를 잘 하는 사람에 대해 말씀하셨다”며 “피붙이 하나 없는 량자허에서 내가 믿을 것은 융화뿐이었다”고 했다. “농민들과 함께 논밭을 갈며 융화를 체득했으며 이 덕분에 시간이 흐르면서 마을 사람들이 나를 챙겨주고 내거처를 들르는 일이 많아졌다”는 게 그의 회상이다.

 시 부주석은 아울러 하방 당시 열 차례 입당 원서가 반려됐던 쓰라린 일화도 소개해 눈
길을 끌었다.

부친 시중쉰이 정치적 탄압을 받았던 탓에 입당이 허락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그의 됨됨이를 안 당 간부들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입당하게 됐다.

홍콩=정용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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