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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2005 한국 - 1982 미국… 닮은꼴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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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지난달 28일 대우증권은 올해 종합주가지수 최고 예상치를 1200에서 1300으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앞서 삼성증권도 지수 최고치 전망을 980에서 1100으로 올렸다.

이 같은 분위기의 밑바탕에는 한국 증시가 네 자릿수 시대에 들어선 것과 더불어 과거 미국의 다우지수처럼 장기 상승의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분석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다우지수가 20여년 전 1000선에 안착하며 2000, 3000을 향해 뻗어갔던 시기와 현재 한국 증시가 닮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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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기 거친 증시=지난달 28일 미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10766.23을 기록했다. 수치상으로 종합주가지수의 10배 수준이지만, 다우지수도 1961~82년 초반까지 약 20년간 600~1000의 터널에 갇혀 있었다. 87년 이후 500~1000선을 오르내린 한국의 종합주가지수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던 셈이다.

1000을 넘어서기 직전의 미국의 경제상황은 어떠했을까. 최근 2년간 한국의 내수경기가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는 것처럼 80년대 초반 미국 경기도 최악이었다.

70년대 말 극심한 인플레이션의 영향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미국 경제는 80년대 초 소비 부진에 시달렸다. 당연히 가계는 상대적으로 위험성이 큰 주식 대신 안전한 예금 중심으로 돈을 굴렸고 증시는 돈 가뭄에 시달렸다. 기업들도 투자를 꺼렸다.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미국의 ISM 제조업 지수는 80년 말 58.2였으나 82년 5월 35.5까지 추락했다. 한국의 기업실사지수(BSI)도 2002년 4월 143을 기록한 후 줄곧 하락해 지난해 말 77.8까지 추락했다.

◆닮은꼴 상승 흐름=불황은 장기 상승을 위해 바닥을 다지는 긍정적인 역할도 했다. 오랜 침체기를 거친 다우지수는 82년 8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65.6% 급등했다. 종합주가지수도 지난 7개월간 37% 올랐다.

상승의 촉매제는 간접투자 열풍이었다. 미국은 82년 말 412억달러였던 펀드 설정액이 83년 말 537억달러로, 84년 770억달러로 급격히 늘었다. 한국 역시 지난해 하반기 7조원대였던 주식형 펀드의 설정액이 1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은행과 증권사 간의 업무 영역이 허물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이 더 손쉽게 간접 주식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된 것도 증시 자금줄을 더 튼실하게 하는 역할을 했다. 저금리로 은행 예금이 매력을 잃었다는 점도 비슷하다. 미국의 10년짜리 국채 금리는 80년대 초 연 14%에서 4%로 추락했다. 한국도 국채 금리가 반등 움직임을 보이고는 있으나 4%대에 머물러 있다.

증시를 더 풍성하게 할 요건도 비슷하다. 미국은 84년 기업연금제가 시행됐고, 한국은 올해 말부터 기업연금제가 도입된다. 장기 투자를 할 든든한 후원군이 생기는 것이다.

◆만만치 않은 과제=1000을 넘긴 다우지수는 99년 3월 1만선을 넘었다. 그 밑바탕에는 정보통신산업을 주축으로 한 90년대 10년 호황이 있었다. 70년대 두 차례 오일 쇼크를 거치며 미국 기업들은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다. 95년 자기자본이익률(ROE)이 15%에 이르면서 다우지수는 5년 만에 세배로 뛰었다. 한국 기업들도 지난해 ROE가 15%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은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만한 차세대 성장산업을 찾지 못하고 있다.

또 미국의 투자은행(IB)들은 다양한 상품을 개발해 투자자들의 선호를 충족시켰던 것과 달리 아직 한국 증권업계는 상품 개발 능력이 떨어진다.

박만순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장기 간접투자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어 투자자들의 저변을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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