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산업 연 40억 달러 ‘수출 첨병’ 육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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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정부가 내수용에만 머물러온 국내 방위산업을 수출산업으로 전략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19일 내놨다. 이를 위해 정부가 주도해 온 방위산업 분야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트겠다고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위원장 곽승준)가 밝혔다. 미래기획위는 청와대에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방선진화를 위한 산업발전전략’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2008년 2억5300만 달러(세계 방산시장 점유율 0.5%)에 그친 국내 방산제품 수출 규모를 2020년까지 40억 달러(점유율 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모든 방산제품의 개발을 도맡아 온 국방부 산하 국방과학연구소(ADD)의 기능을 축소하기로 했다. 그간 ADD는 첨단 전략무기에서 재래식 무기에 이르기까지 모든 방산제품의 연구개발(R&D) 과정 일체를 관장해 왔다. 그러나 그 때문에 민간기업은 하청업체에 머물고, 개발 비용도 증가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그래서 정부는 ADD의 역할을 조정하기로 했다. 2015년까지 ▶정찰위성·미사일 등 전략무기 ▶스텔스형 비닉무기 ▶방산 기초 핵심기술 등의 개발만 맡도록 한 것이다. 대신 민·군 겸용기술 개발이나 무기성능 시험장비·시설 운영 등은 민관합동기구에 맡기고, 일반무기는 민간업체를 중심으로 개발토록 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정부는 이번 보고에서 국내 방산제품의 수출이 부진했던 원인으로 구매국의 요구 파악 실패를 꼽았다. T-50 연습기나 K2 흑표전차의 성능은 우수하지만, 이런 무기를 살 만한 나라들이 원하는 것은 성능이 다소 떨어져도 가격이 싼 제품이란 점을 간과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곽 위원장은 흑표 전차와 관련해 “기존 전차들에 비해 사양은 조금 좋아졌는데, 가격은 두 배가 되다 보니 프랑스 전차 등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졌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정부는 방산업체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무기를 기획하는 단계에서부터 민·관·군이 협력하는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가칭 ‘합동통합개념팀’이 움직이도록 한다는 얘기다. 이밖에 정부는 2015년까지 방산물자 수출을 위한 범정부적 지원 시스템도 갖추기로 했다.

 미래위는 2020년까지 목표가 달성될 경우 방산산업 분야에서만 일자리 5만여 개가 새롭게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이 대통령은 보고를 받은 뒤 “ADD는 과거 민간의 능력이 떨어지던 시절에 만들어졌다”며 “이제 기본틀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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