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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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근혜(얼굴) 대표가 28일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공식 사퇴했다.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점심 식사를 겸해 열린 이사회 자리에서다. 정치에 입문하기 전인 1995년부터 맡은 이사장직이지만 '과거사'의 이름으로 더 이상 자신의 발목을 잡게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매달 지급되던 1100만원의 보수와 승용차.기사 제공의 혜택도 없어진다.

정수장학회의 '정수'는 고 박정희 대통령과 고 육영수 여사의 이름에서 한 자씩 딴 이름이다. 박 대표에겐 장학회 이상의 의미가 있다. 부모님의 유지가 서려 있다. 박 대표의 애정도 컸다. 그래서 정치권 안팎에선 박 대표가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관측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이사장직 사퇴와 함께 이사 자리도 내놓았다.

박 대표 측은 이사장직 사퇴로 과거사 부담을 덜어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지금껏 계속돼 온 여권과 당내 비주류의 사퇴 요구에 '굴복'한 것이 아니란 점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난 박 대표는 "예전엔 단지 그때 사퇴할 경우 마치 잘못이 있었던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안 했던 것"이라며 "이제는 모든 것이 밝혀졌으니 (사퇴한다)…"라고 했다. 스스로의 결단에 의한 사퇴란 점을 강조했다. 그는 "(정수장학회 이사장 사퇴는) 예전부터 말해 왔던 것이고, 당 대표로서 이사장직에 있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일리가 있다고 보고 사퇴키로 한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은 이날도 정수장학회와 관련한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열린우리당 민병두 의원은 문광위에서 "박 대표의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는 본질이 아니다. 정치적 술수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정수장학회 설립과정에서의 재산 강탈 의혹에 대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이런 움직임에 대해 "이미 다 밝혀진 만큼 조사할 것이 있다면 조사해 보라"고 했다.

박 대표가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을 던지긴 했지만 과거사 규명 작업이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집중된 만큼 박 대표가 과거사의 '굴레'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선 나오고 있다. 박 대표 측은 또 다른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 정수장학회란=고 김지태 삼화고무 회장이 설립한 '부일장학회'가 모체로, 5.16 군사정변으로 몰수돼 '5.16 장학회'가 됐다가 이후 정수장학회로 이름이 바뀌었다. 김 회장 측 유족들은 재산 강탈이라며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상규명위의 우선 조사대상에 이 장학회의 설립과정이 포함됐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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