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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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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미국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맞서는 프랑스의 국민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가 지난달 2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베일을 벗었다. 이날 한국 팬들 앞에서의 첫 무대는 왜 프랑스 언론들이 이 뮤지컬을 '프랑스를 점령한 스펙타클'이라고 극찬했는지 짐작하게 했다.

우선 대극장 1층 앞좌석의 경우 의자가 들썩이는 것이 느껴질 만큼 강력한 음량이 관객들을 압도했다. 오케스트라가 음악을 직접 연주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나 오페라 공연과 달리 1998년 프랑스 초연 때 썼던 녹음 음악을 사용했는데, 장중한 극 느낌에 맞도록 세종문화회관의 음향 장비가 견딜 수 있는 최대 출력을 냈기 때문이다. 무대 뒷 편에 버티고 선 가로 20m, 세로 9m 높이의 무대 장치 '메가 타워'도 인상적이었다. 육중한 고딕 건축물 노트르담 성당의 석벽을 연상시키도 하고 현대적 건물의 외관 같기도 한 타워는 최대한 뒤로 물러나 무대를 넓게 했다.

쓸모 없어진 오케스트라 피트까지 메워 한껏 키워진 무대 위에서는 서커스에서나 볼 수 있는 공중회전(아크로바틱)과 현대무용.브레이크 댄스 등 화려한 춤사위가 펼쳐졌다. 무용수들은 무게 100㎏의 종에 매달려 흔들리기도 하고, 줄에 매달린 채 메가 타워 위를 오르내렸다.

뮤지컬의 생명인 노래도 인상적이었다. 듣기에 따라 첫 곡 'Le Temp des Cathedrales(대성당의 시대)'를 빼면 앤드류 로이드 웨버의 곡들처럼 단번에 귀에 감기는 노래들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7명의 배우가 때론 긴박하게, 때론 비탄조로 풀어놓는 선율들은 비극적인 이야기 전개와 맞물려 상승작용을 일으켰고, 공연이 끝난 후에도 오래도록 여운이 남았다.

꼽추 콰지모도의 비중이 지난해 국내에 선보인 디즈니 뮤지컬과 달리 작다는 점도 색다르다. 오히려 부주교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 등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세 연적에게 대등하게 힘이 배분됐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여러 인물들의 복잡한 내면을 소개하는 복합적인 드라마인 것이다. 그런 면에서 공연은 브로드웨이판보다 위고의 원작소설에 더 가깝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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