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 다이어트 성공으로 이끄는 비만호르몬 사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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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박사

지난 주 비만을 치료하는 의사들에게 가장 큰 이슈꺼리는 시부트라민 계열 식욕억제제의 시장 퇴출일 것이다. 시부트라민이라는 성분명의 비만치료제는 외국에서 고위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위해성이 입증되어 사라지게 되었다. 물론 대상이나 민족의 특성이 다르기는 하지만 어쨌든 인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위험성이 발견되었으므로 사용에 신중을 기해야 함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국내 비만 사용약물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적지않은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된다.

많은 비만자들이 약에 의존해서 때로는 수술이라는 방법까지 동원하여 비만을 치료하려고 하는 이유는 그만큼 비만이 심신적으로 중요한 문제이자, 건강상의 위협이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더불어 현대인이 그만큼 살찌기 쉬운 환경의 위협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이다.

음식천국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이제 비만은 가장 큰 적이자 수렁이다. 일단 식탐과 비만의 사슬에 사로잡히면 헤어나기 힘들다. 그렇다면 우리는 끝내 식탐의 노예로 살아가야 될까? 식탐에 대항할 무기를 영영 가질 수 없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인간 모두에게는 식탐의 반란에 맞설 역량이 있다. 평균적인 사람 누구라도 자신의 식욕을 누를 만한 통제력을 갖고 태어난다. 만약 이 명제가 거짓이라면 음식이 넘치는 선진국이나 개도국 인구 대부분은 비만에 빠져 있을 것이다. 그러나 평범한 많은 사람이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 강하고 멋진 몸을 위해 내몸을 수련한다. 또 비만에 빠졌다가도 자기통제력을 키워 건강한 몸으로 회귀하는 사람들 역시 항상 접할 수 있다.

나는 이를 보다 효율적으로 해결할수 있는 방법으로 렙틴강화법과 그렐린통제법을 제안한다. 둘 중 한 가지 방법만으로는 제대로 된 효과를 얻을 수 없기에 그 조화가 중요하다.
음식욕구는 뇌의 시상하부와 호르몬이 관장한다. 시상하부에는 포만과 배고픔을 느끼는 부위가 나눠져 있다. 이를 포만중추와 기아중추라고 한다. 시상하부는 뇌와 말초신경계, 소화기관인 위에서 오는 신호들을 종합해 각 부위로 다시 신호를 보낸다. 음식을 먹기 전에는 혈중 그렐린의 농도와 뉴로펩티드 Y(NPY)의 양이 늘어나 시상하부의 기아중추가 활성화된다. 체온이 떨어지고 신진대사도 저하된다.

이와 함께 심리적으로 뇌 전체에 음식과 관련된 기억들이 되살아나 음식욕구가 점증한다. 음식을 먹기 시작한 후 약 20분쯤 경과하면 몸 안의 그렐린의 농도는 급격히 낮아지고 렙틴호르몬의 양이 증가한다. 또 CART 호르몬이 늘어 렙틴수용체가 활성화되고 이어서 포만중추가 자극된다. 이때 체온이 올라가고 신진대사도 촉진된다. 음식을 소화시킬 준비를 하는 것이다. 이런 내몸의 식욕과 음식거부 과정을 이해하면 식욕을 조절하고 차단하는 일 역시 한결 용이하다.

렙틴의 양은 그렐린의 양에 비례해 증가한다. 체내 렙틴이 그렐린에 비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식욕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비만인 사람의 경우 체내 렙틴의 양이 많아도, 이른바 렙틴저항성이 생겨 렙틴이 뇌혈관 안으로 잘 통과하지 못한다. 먹어도 허기가 가시지 않는다는 말이다. 따라서 살을 빼거나 체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렙틴의 능력은 강화하되 상대적으로 그렐린의 분비량은 줄이는 양동작전을 펼쳐야만 한다.

렙틴강화&그렐린통제 실행매뉴얼
1. 아침을 절대 거르지 않는다. 아침을 거르는 사람이 통계상 더 비만하다.
2. 세 끼를 꼬박꼬박 규칙적으로 먹어 그렐린과 렙틴의 주기리듬을 되살린다.
3. 음식은 꼭꼭 천천히 씹어 렙틴이 활동할 시간적 여유를 확보한다.
4. 물을 자주 마셔 그렐린 등의 식욕호르몬 활동을 교란한다. 하루 물 2리터 섭취는 식탐해소에 큰 효과가 있다.
5. 칼로리는 낮지만 섬유질이 많이 든 음식으로 포만중추를 충분히 만족시킨다. 섬유질 많은 음식은 영양소가 풍부하다는 이점도 있다.
6. 도파민 분비를 촉진하는 활동으로 렙틴의 능력을 강화시킨다. 가령 박장대소를 하고 나면 오히려 식욕이 준다. 꼭꼭 씹기도 도파민 분비에 효과적이다.
7. 운동은 결코 식욕이 더 생길 정도로 힘들게 해서는 안 된다. 단 식욕이 더 생기지 않는다면 육체활동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8. 배가 고프면 무조건 참지 말고 조금이라도 먹어야, 다음 번 그렐린의 심한 준동을 막을 수 있다. 단 배고플 때 먹는 간식이나 음식의 종류에 대한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
9. 식사할 때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면 천천히 먹게 되고, 도파민 분비도 촉진시킨다.
10. 식사할 때 걱정이나 나쁜 일은 떠올리지 않아야, 스트레스를 막아 그렐린의 분비를 억제할 수 있다. 각종 스트레스호르몬은 그렐린 분비를 촉진한다.
11. 나온 음식은 모두 먹어야 한다는 체면이나 강박관념은 버리라. 음식은 남기지 말아야 한다는 편견도 버린다. 오래 건강하게 살려면 적게 먹어야 한다.
12. 급하더라도 제 시간을 정해놓고 식사시간을 20분 이상 여유있게 해야 한다. 20분은 지나야 렙틴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다.
13. 식사의 조건을 재구성한다. 이는 작지만 중요한 심리 강화훈련이다. 젓가락으로 식사한다. 그릇의 크기를 바꾼다. 음식쇼핑은 계획을 세워, 횟수를 최소화한다. 간식거리를 사지 않는다. TV광고가 나오면 딴 채널로 돌린다. 오늘 먹은 음식들을 저녁에 메모장에 적어본다. 냉장고 청소를 자주 실시한다. 외식횟수를 줄이고 집에서 가족과 함께 요리와 뒷정리를 즐긴다.
14. 야근이나 밤샘 근무를 하면 그렐린의 분비가 촉진되어 식욕이 강해진다. 마찬가지 충분한 수면을 하지 않으면 식욕이 강해진다. 일찍 자는 것이 가장 큰 보약이다.
15. 일주일에 2-3회는 마음껏 먹고 싶은 음식을 즐긴다. 식탐은 심리적인 원인이 매우 크다. 먹지 못하는 스트레스는 불만을 쌓아 더 큰 식탐을 불러일으키게 할 수 있다. 이때는 자신에게 충분히 위로하며 큰 선심 쓰듯이 맘껏 먹기를 즐긴다. 한두 번의 식사에서 만족감을 최대한 고양시키면 다음에는 식탐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 물론 허용요법에서도 역시 지나친 과식은 절대 금물이다.
16. 건전한 여가활동은 음식 욕구의 총량을 줄여 음식을 적게 먹도록 돕는다.
17. 음식욕구가 강해질 때 명상과 심호흡을 실시하면 욕구의 상당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 그 실행 방법 역시 이 책 전반에 걸쳐 다루어지는 수준들이면 충분하다.
18. 식사는 자연과 신이 내게 준 선물이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식사하라. 음식을 대할 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면 천천히 음식을 음미할 수 있으며, 즐거운 마음으로 인해 세레토닌과 도파민 같은 보조적인 식욕억제 호르몬의 분비를 촉진할 수 있다.

박민수 가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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