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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색있는 학교를 찾아서 ② 천안월봉중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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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월봉중 ‘소리향기 봉사단’이 9월 천안시 구룡동 사랑의 집(장애인 재활원)을 찾아 음악공연을 펼치고 있는 모습. [조영회 기자]

교육은 미래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특히 청소년기의 학교 교육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 학벌, 학원교육의 시대에 요즘 학교가 달라지고 있다. 학교마다 다양한 인성교육을 바탕으로 학생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키우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일보 천안·아산은 지역의 특색 있는 교육프로그램으로 아름다운 결실을 맺고 있는 초·중·고교를 찾아 소개한다.

강태우 기자
조영회 기자

“사랑이 담긴 음악 들어보셨나요”

따스한 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14일 오후. 천안시 구룡동 ‘사랑의 집(장애인 시설)’에 은은한 음악이 울려 퍼진다. 월봉중학교 음악 봉사단인 ‘소리향기’ 단원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솜씨를 선보이는 자리다. 바이올린, 첼로, 플룻 등 악기를 다루는 학생들의 표정이 어느 때보다 진지하다.

 관람객들은 15명으로 구성된 단원들의 클래식 선율에 푹 빠져 들었다. 봉사단 조끼를 입은 학부모들은 장애인 사이사이에 앉아 함께 곡을 감상하며 정을 나눴다. 학창시절 즐겨 들었던 음악도 이어졌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눈을 지그시 감고 ‘어머님 은혜’를 따라 부르는 장애인들의 얼굴에 그리움이 묻어 나왔다. 연주가 끝난 뒤에는 장애인에게 연주법을 알려주며 교감을 나눴다. 장애인들은 신기한 듯 두 손으로 악기를 만지며 어린 아이처럼 마냥 신났다.

 ‘소리향기 봉사단’은 올해 창단됐다. 매월 1차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사람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정서적인 안정을 위해 음악 봉사활동을 계획했다. 자신의 의사를 겉으로 잘 드러내지 못하는 장애인의 특성상 음악은 심적으로 큰 위안이 되고 있다. 지적 장애인 43명이 생활하고 있는 ‘사랑의 집’은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중증장애인들이 살고 있다. ‘사랑의 집’ 윤보순 원장은 “우리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매번 때가 되면 학생들이 찾아와 음악을 들려줘서 장애인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봉사활동에 처음 참여한 정혜정(2년)양은 “개인적으로 첫 연주여서 떨렸는데 모두 웃는 얼굴로 따뜻하게 맞아 주시니까 힘이 났다”며 “지적 장애인들을 접해 보니 겉 모습과는 다르게 모두가 순수한 분들이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봉우리 학부모봉사단’ 소속 학부모 10명도 이곳을 찾았다. 봉사단은 각자 역할을 나눠 빗자루와 걸레를 집어 들고 숙소를 청소했다. 한쪽에선 창문 틀을 닦아내거나 흐트러진 옷을 가지런히 정리했다. 화장실에서는 장애인들의 머리와 얼굴을 씻겨주며 사랑을 실천했다. 박광순 봉우리 봉사단 부단장은 “지난해 처음 이곳에 왔는데 시설이 워낙 열악해 눈물이 날 정도였다”면서 “학교의 의지와 봉사하려는 부모들의 마음이 하나가 돼 봉사활동을 펼치게 됐는데 이곳 장애인들이 이제는 남이 아닌 식구처럼 생각해 줘 행복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봉사활동은 우리 학교가 ‘으뜸’

월봉중은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이 함께 하는 봉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교육공동체가 함께 참여하는 봉사단 발대식(3월)을 시작으로 학교와 지역 환경개선은 물론 이웃사랑을 실천, ‘지역사회 속의 학교’‘신뢰받는 학교상’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올해에는 가정,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하는 봉사를 주제로 그동안의 운영 결과를 엮어 실천사례집을 내기도 했다. 봉사단별 활동, 지도교사 소감문, 각종 캠페인 등 다양한 내용이 수록돼 있다. 월봉중 봉사단은 10여 개에 이르고 있다.

 ◆꽃처럼 흙처럼=2008년 만들어진 봉사단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참여한다. 120명으로 구성된 봉사단은 매월 1~2차례 ‘사랑의 집’ ‘평안의 집’ ‘임마누엘의 집’에서 봉사하고 있다. 천안교육지원청 봉사 대상을 수상했다.

 ◆아랫목=장애인과 함께 하는 봉사단으로 일반학생과 학습도움반 학생 등 18명이 활동하고 있다. 장애인 친구들의 활동을 보조하며 영화관람이나 거봉수확 등 체험활동 위주로 매월 1차례 진행하고 있다. 천안교육지원청에서 주최한 수화경연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민들레=18명이 활동한다. 2008년 개교 첫 해부터 운영하고 있다. 급식시간 식당에서 질서유지, 정숙지도, 잔반처리 등의 역할을 맡아 봉사하고 있다.

 ◆바른품성지킴이=3학년 학생을 주축으로 28명이 인근 아파트 경로당에서 매월 1차례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경로당 청소를 비롯해 어르신들에게 예절교육을 받는다. 바른 품성 캠페인도 주기적으로 펼치고 있다.

 ◆교직원봉사단=2009년부터 전교직원이 매달 일정액을 적립, 후원회를 결성했다. 지역아동센터에 매월 정기적으로 물품을 후원하고 있다.



월봉중 3학년 3반 유승주 (수학과학경시대회 과학부문 대상)

나 보다 남을 생각하는 미래의 생명과학자

유승주군은 올해 충남도교육청 주최로 열린 제22회 수학과학경시대회에서 과학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탐구하는 능력은 물론 과학에 대한 재능과 창의성이 뛰어난 학생으로 월봉중을 넘어 지역의 자랑스런 인재다. 이군에게 수상소감과 학교생활에 대해 들어봤다.

-수학과학경시대회를 어떻게 준비했나.

 난이도 있는 교재를 선택해 반복적으로 풀었다. EBS 인터넷강의, 천안교육지원청 영재교육원, 공주대학교 과학영재교육원에서의 수업을 통해 원리와 문제해결 능력을 익혔다. 의문점이 생기면 친구들과 토론하고 선생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도움이 됐다.

-대회 준비를 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

 대회 준비 때문에 학교 공부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공부하는 순간 순간이 과학자의 꿈을 향한 디딤돌이라는 생각으로 즐겁게 공부하려고 했다. 3년 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도해 주시고 믿어주신 안경섭 과학선생님이 큰 힘이 됐다.

-학교생활은 어떻게 하나.

 교육활동에 있어서는 과학경시반, 과학교과캠프, 과학사랑반 수업을 참여하면서 자연과학에 대한 기초지식을 쌓고 과학적 원리를 이해했다. 기초생활과 예절을 중요하게 교육하시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있어 자부심도 크다.

-미래의 꿈은.

 슈바이처처럼 다양한 분야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모든 이에게 도움을 주는 삶을 살고 싶다. 정교한 첨단과학 기술로 더 효과적이고 안전한 약물을 개발하는 생명과학자가 되고 싶다.



월봉중 3학년 1반 홍석영 (모범학생 봉사부문 충남교육감 표창)

학교 아끼는 마음에서 비롯된 작은 실천 ‘봉사’

홍석영양은 지난 5월 청소년의 달을 맞아 ‘2010년 모범학생 봉사부문 충남교육감 표창’을 수상했다. 교내 화장실 청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는 홍양은 쉬는 시간마다 화장실 청결관리를 하겠다고 다짐했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학교 자랑을 한다면.

 주위에서 시설이 좋은 학교로 소문이 자자하다. 학생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는 데에는 학업에 대한 열정이 많은 부분을 차지했겠지만 좋은 시설 또한 도움을 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집에서 보다 학교에서 더 공부가 잘된다고 말하는 친구들이 많다. 매 년 매 학기 마다 영어 선생님들이 정하신 1000개의 영어단어(Best Wolbong Vocabulary)를 외워 어휘인증평가를 본다. 어휘인증평가는 점수별로 등급을 매겨 1~3등 반에는 상금도 준다. 우리 학교의 어휘인증평가가 하나의 전통으로 자리잡았다.

-주위 사람들은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나.

 신설학교라 최신시설에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 잘 마련되어 있다고 좋아한다. 선생님도 공부에 많은 관심을 쏟아주셔서 믿을만하다고들 하신다. 또 두발, 교복 규정이 조금 엄격해도 그만큼 다른 학교 보다 단정해 보이니까 흐뭇해하신다. 초등학생 사이에서 우리 학교에 오겠다는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친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화장실 청소를 하다보면 가끔 너무 지저분할 때가 있다.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잘 버리지 않을 때가 있고 변기 주변이 더러워질 때도 있다. 인근 중학교 중에서도 최고의 화장실인 우리 학교 화장실을 더욱 청결하게 이용하자는 말을 하고 싶다.



우리학교 솜씨자랑



월봉중 김락중 교장

바른 품성을 지닌 ‘학생’ 기본에 충실한 ‘학교’

김락중(60·사진) 교장은 이 학교의 초대 교장이다. 천안고등학교와 공주사대를 거쳐서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했다. 현장에서 선수들을 직접 지도하며 교육 지도자가 된 인물이다. 김 교장을 만나 명문학교 육성을 위한 계획을 들어봤다.

-내년 첫 졸업생 배출을 앞두고 있다. 소감은.

 초대 교장이라서 그런지 학교와 학생들에게 남다른 애착과 애정이 있다. 우리 학생들이 각자의 꿈을 키울 수 있는 학교를 선택해 한 명의 탈락자 없이 전원이 고교에 진학하기를 소망한다.

-초대 교장으로 학교운영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월봉중은 다른 학구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교육열이 강한 학부모가 많다. 아울러 잠재력 있는 학생과 본인 희망에 의해 전입한 능력 있는 교사들로 구성된 학교다. 이러한 좋은 여건을 갖춘 학교이다 보니, 그 이상의 교육적 성과를 내야 하는 부담이 크다. 항상 주어진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로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기본에 충실하자는 말을 강조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지적인 능력과 그 활용능력을 키우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지만 윤리적인 순수성이나 바른 품성 함양과는 거리감이 있어 학교교육이 지향하는 전인교육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다. 학력도 기본생활습관을 바탕으로 향상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자전거 탈 때 안전모 착용이나 우측보행 등의 작은 실천들이 지켜질 때, 건전한 민주시민 의식도 더불어 길러지게 될 것이다. 이는 ‘바른 품성 5운동’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된다고 볼 수 있다.

-역사가 짧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각종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우선 학부모들이 자녀에 대한 관심과 교육열이 높았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울러 깨끗하고 좋은 시설을 갖춘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잠재력 있는 학생들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여기에 학생들의 장점과 잠재력을 발굴하는 안목, 풍부한 교육적 경험의 교사들의 지도, 학교측의 지원이 잘 어우러진 결과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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