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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삼성 "휴대전화 유럽서 뜨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삼성전자의 '블루블랙폰'은 지난 16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3세대 GSM 세계 회의'에서 최고제품상을 받았다. 이 행사는 GSM(유럽 이동통신 방식) 관련 최대 행사로, 최고 제품상은 '오스카 상'에 비유될 정도로 권위가 있다. GSM 시장을 만든 노키아와 모토로라 등을 제치고 국내 업체가 처음으로 이 상을 받은 데 큰 의미가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 삼성전자는 동영상 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기와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폰 등을 시연해 대회 참가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삼성전자는 제품의 혁신성과 디자인 등에서 노키아를 이미 앞질렀다. 2000년 7월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카메라폰을 상용화했고, 500만 화소 카메라폰도 지난해 10월 세계 처음으로 내놓았다. 또 위성 디지털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DMB폰 역시 삼성전자가 처음 개발했다.

공전의 히트작인 영화 '매트릭스'를 통해 노키아와 삼성전자의 위상 변화를 엿볼 수 있다. 매트릭스 1편에 등장한 휴대전화기는 노키아가 만든 것이었다. 속편에서 매트릭스폰이 삼성전자 제품으로 바뀐 이유는 혁신적인 디자인과 상용화 여부였다. 즉 영화제작사는 촬영에 앞서 세계 주요 휴대전화 업체에 혁신적인 디자인은 물론 제품을 실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을 요구했다. 삼성전자만이 이 요구를 충족했다. 그래서 '매트릭스' 속편에 삼성의 매트릭스폰이 등장한 것이다. 전편에 나온 노키아의 매트릭스폰은 실제 사용할 수 없는 모형이었다. 비록 세계 시장의 시장점유율은 노키아가 삼성전자를 앞섰지만, 성장세.판매가격.제품력.이익률 등에서는 삼성전자가 앞서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직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휴대전화기의 평균 판매가격은 198달러로 소니-에릭슨 제품과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다. 노키아 제품은 140달러에 그쳤다. 삼성전자는 2000년 세계 시장에서 2200만대를 판매했다. 4년 뒤인 지난해 삼성전자의 전체 판매량은 8600만대. 4년간 판매량이 4배가량 늘어난 셈이다. 시장 점유율은 5%에서 12%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성장률은 55.5%로 노키아(15.5%)를 압도했다.

▶ 삼성전자는 세계 주요 공항에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드골 공항 고속도로변에 설치된 삼성전자 애니콜 휴대폰 조형물.

노키아는 삼성전자의 추격이 거세지자, 지난해 4월 초강력 처방을 내렸다. 돌연 제품 가격을 평균 25% 내렸던 것이다. 그러나 노키아의 지난해 시장점유율은 전년도보다 4.4%포인트 떨어진 30.4%를 기록했다.

애니콜은 이미 세계 소비자에게 명품으로 인식돼 있다. 미국.유럽의 고급 소비자 계층에서 애니콜의 선호도가 매우 높은 편이며, 중국에서는 '부자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노키아의 본고장인 유럽 시장에서 특히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휴대전화기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패션의 본 고장인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소비자들은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다. 이런 소비자의 취향을 삼성전자가 충족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희성 기자<bud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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