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길라잡이] 어떤 상품이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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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금융상품의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다. 새로운 개념의 금융 신상품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초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면서 고정금리를 주는 예금에서 돈을 빼 보다 높은 수익의 투자대상을 찾아나서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데 따른 현상이다. 신상품이 홍수를 이루자 일반 투자자들은 물론 금융회사 직원들 조차 상품의 특성과 구조, 수익률 등을 잘 몰라 혼란스러워하기 일쑤다. 중앙일보는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본지 재산리모델링 자문단과 은행.투신운용사 재테크상담 전문가, 펀드평가사인 제로인 등의 협조를 받아 금융상품들의 좌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를 만들고, 개별 상품별 특성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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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ELD.변액유니버셜보험.부동산펀드.선박펀드.적립식펀드….'

최근 1,2년 동안 금융시장에 새로 선보이거나 기존의 것을 변형한 금융상품들은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지난해초 만들어진 간접투자자산운용법은 금융상품 개발과 관련한 규제의 벽을 헐어 금융 신상품 춘추전국시대를 이끌었다. 기존 상품들도 살아남기 위해 투자자들 입맛에 맞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예금도 '금리+α시대'=예.적금 판매에만 매달려온 은행들간에 금융 신상품 개발 전쟁이 본격 불붙은 것은 지난해부터다. 실질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자 '저축=제테크'로만 알던 고객들의 동요가 심상치 않았던 탓이다. 당초 은행들은 이런저런 부가서비스를 곁들이는 예금상품 내놓기에 열을 올렸다. 예금에 가입하면 무료로 보험에 들어주거나 레저시설 이용 때 할인혜택을 주는 식의 상품들이 나왔다. 그래도 고객들이 만족하지 못하자 은행들은 0.1%라도 더 금리를 짜내는 우대금리상품 개발 쪽으로 돌아섰다.

지난해 중순 제일은행이 내놓은 더블플러스통장도 그 중 하나다. 이 상품은 양도성예금증서(CD) 형태로 예금해 금리를 0.1% 더 챙겨준다. CD가 예금보험료(예금액의 0.2%)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특성에 착안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일반 예금보다 0.4~0.6% 포인트 금리를 챙겨주는 은행간 특판예금 출시 경쟁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치열하게 전개됐다.

은행들은 또 한편으론 주가와 환율 등 각종 지표를 끌어다 붙여 추가 수익을 추구하도록 한 지수연계예금(ELD)을 쏟아냈다. 주가에 연동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경우도 초기엔 종합주가지수 하나에만 기대는 단순한 구조였으나, 요즘엔 두세개 우량종목의 주가 흐름은 물론 해외 주가지수까지 따라가는 상품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외환은행 PB팀 조성환 차장은 "최근에는 주가 외에도 국제금 시세.국제 원자재 가격 지수 등에까지 연동시키는 예금상품도 출시되고 있다"면서 "이름만 봐선 도대체 무슨 상품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됐다"고 말했다.

그래도 고객 이탈이 멈추지 않자 급기야 등장한 것이 바로 추첨식 예금이다. 기업은행이 내놓은 메짜닌정기예금이 대표적 '뽑기'식 상품이다. 6개월 만기인 이 상품은 연 3%의 기본금리를 주되 추첨을 통해 일부 고객에게 0.5%포인트에서 최고 20%까지 금리를 주는 식이다. 하지만 수익률이 둘쭉날쭉한 ELS.ELD나 추첨식 예금은 '로또와 다름 없다'비난과 시비에 시달리고 있다.

상호저축은행이나 새마을 금고 등 제2금융권도 시중은행보다 높은 수신 금리를 내세운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은 올들어서도 금리가 최고 5.8%대인 특판예금을 앞세워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이 덕에 저축은행의 수신총액은 외환위기 이래 최대인 32조원까지 불어났다.

◆급변하는 간접투자상품=보다 높은 수익을 찾는 흐름은 간접투자상품 시장도 확 바꿔 놓았다.

한동안 종적을 감췄던 종금사의 어음관리계좌(CMA)도 이런 분위기를 타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CMA는 자유로운 입출금과 비교적 높은 수익률 등의 장점이 부각되면서 대표적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나 은행권의 수시입출금식예금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주식형과 채권형 일색이던 펀드시장도 갈수록 다양하게 분화하고 있다. 부동산이나 선박 펀드는 물론 금.곡물 등 실물 자산 등으로 속속 투자 영역을 넓혀가는 추세다. 펀드평가사인 이재순팀장은 "저금리에 지친 국내 투자가들이 해외쪽으로 눈을 돌리면서 여러개의 해외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오브펀드도 급속하게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적립식펀드는 펀드투자엔 뭉칫돈이 필요하다는 고정관념을 깨며 새로운 돌풍을 일으켰다. 은행 적금처럼 수만~수십만원을 다달이 붓기만해도 주식에 간접투자하는 묘미를 맛 볼 수 있게된 까닭이다.

보험료의 일부를 펀드 등에 투자해 기대 수익률을 높인 변액보험도 수십년간 고정금리 상품 일색이던 생명보험업계에 신예 간판 상품으로 떠올랐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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