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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 생각은…

사형제 대신 종신형 도입하면 수형자 관리, 시설 등 더 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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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지난 18일 사형제도 폐지 특별법안이 국회 법사위에 상정돼 심의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는 극악무도한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평온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사형제도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흉악범죄의 피해자나 그 가족에게 남아 있는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해 주고, 개인적.감정적 보복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잔인한 범죄에 대해 엄격한 책임을 묻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재 미국의 버지니아.유타.루이지애나.델라웨어.캘리포니아.텍사스.오클라호마 주 등에서는 사형수의 사형집행 과정을 해당 피해자의 가족 등이 참관할 수 있는 제도가 있어 직접 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흉악한 범죄로 인해 사랑하는 가족과 혈육을 잃고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국가가 형벌권에 의해 상응한 처벌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참고 살아가는 피해자의 신뢰를 국가는 잊어서는 안 된다. 국가는 범죄인의 생명을 귀중하게 생각하기에 앞서 피해자의 인권과 행복추구권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현재 일본.중국.러시아.미국 등 세계 83개국에서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으며 모든 범죄에 대해 사형제도를 폐지한 나라는 76개국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국가들은 일부 범죄에 대해서만 사형제도를 폐지한 상태다. 미 연방정부의 경우 1972년 사형제도를 폐지했다가 76년에 재도입했으며 주정부에서는 50개주 중 38개주가 사형제도를 가지고 있다. 미 연방정부의 사형제 재도입은 범죄의 잔인성에 상응한 응분의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국민의 법감정에 따라야만 했던 것이 하나의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들을 장기적으로 격리 수용하고 직접 관리해야 하는 교정직원들의 안전문제와 이들을 수용할 초중구금 교정시설의 필요성에 따른 막대한 경제적 부담 등도 사형제 재도입의 또 하나의 원인이었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가석방이나 감형이 없는 종신형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종신형제도 또한 여러 가지 면에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특히 종신형 수형자를 교정시설에 수용하고 이를 관리해야 하는 교정직원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모범적인 수용생활을 함으로써 감형 또는 가석방 등의 혜택을 받아 좀 더 빨리 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는 희망이 수용질서 확립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볼 때, 이와 같은 혜택의 열외에 있는 종신형 수형자의 경우는 전연 다른 특수한 수용시설이나 관리방법이 요구된다.

미국의 예로 보면 교정직원이나 다른 수형자를 폭행하고 살해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는 교정시설 내에서 또 다른 많은 범죄를 범해 추가형을 받는다고 해도 사형은 받지 않을 것이며 결국은 교정시설 내에서 평생을 사는 종신형 이상의 것은 없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이번 사형제 폐지 특별법안 상정의 이유 중 하나인 74년의 인혁당 사건이나 59년의 진보당 조봉암 사건 등과 같이 비도덕적이고 파렴치한 범죄가 아닌 사건에 한해 제한적으로 사형제도를 폐지한다는 것은 모르겠으나 모든 범죄에 대해 폐지하고 종신형을 도입한다는 것은 다시 생각해야 할 여지가 많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조사 대상자의 65% 이상이 사형제도의 존치를 원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은 사형제도의 존치를 원하고 있으며, 종신형으로의 대체는 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변동윤 전 광주지방교정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