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아톤'을 제작.연출한 석명홍(47.사진(右)) 시네라인Ⅱ 대표와 정윤철(34.(左)) 감독은 "영화의 힘을 새롭게 확인했다"고 입을 모았다. 영화의 초원이처럼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그들은 "행복해서, 즐거워서 눈물이 나는 영화를 만든 게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석씨는 지난 20여년 충무로에서 외화 2500여편을 마케팅하다가 4년 전 '친구'(전국 820만명)에 이어 대박을 터뜨렸으며, 정 감독은 성수대교 붕괴 등을 돌아본 단편 '기념촬영'으로 주목받다가 이번 장편 데뷔작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석명홍=장애인을 다룬 한국영화가 거의 없었다. 배창호 감독의 '안녕하세요 하나님' 정도 기억난다. YMCA 청소년 추천영화, 안 봐도 본 것 같은 영화가 되지 않도록 유의했다.
▶정윤철=처음부터 사회적 파장이 있는 영화를 생각했다. 또 사회에 희망을 주려고 싶었다. 영화로나마 '살맛 나는 세상'을 그리려고 했다.
▶석='친구' 때는 모방 살인극도 생겨 마음이 불편했으나 이번에는 '고맙다''잘봤다'는 격려가 많다. 폭력이 넘쳐나는 시대에 '말아톤'은 순수에 대한 그리움을 건드린 것 같다.
▶정=불우한 환경을 극복하는 인간 승리극에 그치지 않도록 신경 썼다. 자기 꿈을 실현해가는 한 젊은이의 성장 드라마라는 보편성을 담으려고 했다. '포레스트 검프''레인맨' 등의 복제품이란 소리를 들을 순 없었다.
▶석=공감의 코드가 많은 영화다. 장애인 아들을 홀로 서게 하려는 초원이 엄마와 자녀를 서울대에 보내려는 보통 엄마가 다를 게 있나. 영화의 주제는 자립이다. 마지막 엄마 손을 놓고 달려가는 초원이가 키포인트다.
▶정=실제 모델이 있었으나 캐릭터 구축이 어려웠다. 영화는 갈등이 있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그게 편견이었다. 1년 반 넘게 함께 지냈으나 초원이는 갈등을 몰랐다. 자기감정에 솔직할 뿐이었다. 자폐아가 아닌 자개아(自開兒)를 발견하자 실마리가 풀렸다.
▶석=감독이 시나리오를 10번 고쳐 썼다. 초원이 얘기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엄마와 코치 등 주변 인물을 입체적으로 그려내자 영화가 힘을 받았다. 말장난식 코미디가 아닌 상황 자체에서 웃음과 울음이 교차한다. 아이들은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처럼 깔깔대고, 부모들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정=초원이는 내내 그대로다. 다만 엄마와 코치가 변한다. 그리고 관객이 성장한다. 영화는 결국 이야기다. 규모나 장르는 부수적이다. 관객 자신의 얘기처럼 다가오는 정통 드라마가 부족했던 게 성공 요인인 것 같다.
글=박정호 기자<jhlogos@joongang.co.kr>
사진=변선구 기자 <sunnin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