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비즈니스의 최고 원칙은 원칙을 지키는 것”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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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호 24면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Q.브랜드가 뭔가요? 브랜드 비즈니스가 뭡니까? 외국 브랜드를 들여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브랜드 비즈니스에 성공하려면 무엇을 잘해야 합니까? 휠라의 글로벌 전략은 뭔가요?

경영구루와의 대화<4>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①

A.브랜드는 문화를 기반으로 합니다. 그래서 이탈리아, 프랑스, 미국 등 문화적으로 앞선 나라에서 탄생할 수밖에 없죠. 브랜드는 마치 물과 같아서 문화적으로 앞선 나라에서 발원해 문화 후진국으로 흐릅니다. 우리나라에도 물론 이렇다 할 브랜드가 있죠. 문제는 한국 시장에서만 통한다는 겁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언젠가 우리 브랜드들이 한류를 타고 세계로 뻗어나가기를 기원합니다. 그때까지 저는 서양 사람이 만들어낸 브랜드로 비즈니스를 할 겁니다. 브랜드를 론칭한 주체는 서양 사람이지만 우리가 사들이면 그때부터 우리가 주인입니다. 휠라는 고향은 이탈리아지만 성장은 한국에서 했습니다. 윤윤수가 아니라 엔리코 프레시 전 휠라 회장이 한 말입니다.

오늘부터 브랜드 비즈니스 이야기, 윤윤수식 역발상, MBO· LBO 이야기, 현지화, 속도경영 순으로 윤윤수식 경영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휠라는 여전히 이탈리아 브랜드입니다. 그래서 한국인이 오너지만 국가대표팀을 지원한다면 이탈리아 팀을 후원해야 합니다. 회사의 기본 방침이죠. 그래야 휠라 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브랜드엔 두 가지 범주가 있습니다. 하나는 구찌, 샤넬, 페라가모 같은 명품 브랜드입니다. 다른 하나는 휠라 등의 스포츠 브랜드죠. 스포츠 브랜드는 제품이 실용적이고 일반인들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어야 합니다. 반면 명품, 이른바 럭셔리 브랜드는 정책적으로 가격 면에서 손에 넣기 어렵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스포츠 브랜드는 대중성을, 명품 브랜드는 희소성을 추구합니다. 물론 어느 쪽이든 고유한 특성을 내장해 나름의 차별성을 획득해야죠.

저는 스포츠 브랜드 비즈니스에 특화된 사람입니다. 얼마 전 우리가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한 디아도라도 이탈리아의 스포츠 브랜드입니다. 휠라는 테니스 쪽이 강하지만 다른 종목은 약해 축구에 강한 디아도라를 들여왔죠. 말하자면 휠라와 상호 보완관계에 있는 브랜드입니다. 한때 잘나갔는데 과거 휠라가 그랬듯이 요즘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휠라처럼 다시 일으켜세워 보고 싶었습니다. 디아도라의 오너들과 평소 가깝게 지내는 점도 감안됐죠. 브랜드 비즈니스는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야 합니다.
외국 브랜드로 비즈니스를 하려면 해당 브랜드의 밸류가 높을뿐더러 돈을 벌 수 있는 빈자리가 있어야 합니다. 그 빈자리를 아이디어로 채워가면서 돈을 버는 거죠.

브랜드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는 브랜드 이미지를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렸습니다. 그래서 유통이 중요합니다. 팔아야 할 곳에서 팔고, 팔아야 할 때를 알아내 적기에 팔아야 합니다. 언제 정가에, 언제 할인해 팔아야 할지 알고, 값을 할인해 줄 땐 어느 채널에 물건을 내놓아야 하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유통 채널을 관리한다는 건 곧 브랜드 이미지를 섬세하게 관리한다는 말과 같아요. 또 브랜드 이미지를 잘 유지하려면 마케팅을 잘해야 합니다. 가령 우리 제품을 팔려면 소비자에게 무엇을 알려줘야 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휠라는 국내 시장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만 팝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포지셔닝만 잘하면 고가는 사실 문제가 안 됩니다. 비싸더라도 해당 시장의 수요에 맞는 아이템을 공급하면 성공을 거둘 수 있죠. 반면 미국 시장은 금융위기로 소비자의 가처분 소득이 현격히 줄었습니다. 그래서 품질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지만 가격은 20~30% 싼 제품을 내놓아야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요즘은 하나의 단어로 전 세계 시장을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휠라의 글로벌 전략은 세계 어느 시장에서나 40%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겁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휠라의 정체성을 견지하기 위한 정책이죠. 사실 시장마다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통일성과 대비시킨다면 시장별로 개별성이 나타난다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우선 체격이 다릅니다. 미국 사람은 크고 한국 사람은 작죠. 또 반구(半球)가 다르면 기후가 정반대이고, 나라마다 문화가 다릅니다. 일례로 한국 사람은 흰색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40% 룰은 공동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한편 시장별 수요에 대응하는 정책입니다. 이렇게 현지화를 하는 것은 전 세계 시장을 컨트롤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휠라는 나이키, 아디다스 같은 선두 주자보다 현지화의 비율이 높습니다. 시장별로 더 자율적이라고도 할 수 있죠. 우리 자신의 약점을 커버하고 빠른 속도로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위한 방책입니다.

40%의 통일성을 유지하는 수단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강력한 로고 가이드 라인입니다. 휠라의 전 제품엔 로고인 F 박스가 달려 있습니다. 둘째 전 세계 공통의 제품이 있습니다. 여기엔 다시 세 가지 범주가 있죠. 하나는 폴로 티셔츠처럼 세계 어느 시장에서나 파는 기본적인 제품(basic product)입니다. 다음으로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테니스 티셔츠 같은 휠라의 유산(heritage) 격인 제품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과거 특정 시기의 영광을 간직한 유서 깊은 제품(vintage)이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유형의 제품은 어느 시장에서나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대표적인 제품군입니다.

나머지 60%는 시장별로 현지화합니다. 해당 시장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추는 겁니다. 단 신발은 개발과 생산라인에 비용이 많이 들어 95%의 통일성을 유지합니다. 경비가 많이 들어 라이선시나 파트너가 임의로 제품을 개발할 수도 없어요. 반면 의류는 통일성이 30% 수준입니다. 액세서리는 통일성을 유지하기 어렵죠.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한 사전 조율을 위해 매년 두 차례 글로벌 협력회의를 엽니다. 여기서 시장별로 나타날 수 있는 혼선을 차단합니다. 제품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글로벌 마케팅을 어떻게 할 건지도 의논하죠. 시장별로 매출액의 1.3%에 해당하는 글로벌 마케팅 분담금도 거두는데 육상경기 등을 후원하는 데 쓰입니다.

브랜드 비즈니스를 하는 CEO는 브랜드 이미지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특히 해외 비즈니스를 한다면 외국어에 능통해야겠죠. 무엇보다 원칙에 입각해 판단하는 능력이 긴요합니다. 브랜드 비즈니스는 원칙이 무너지면 브랜드 자체가 붕괴하고 맙니다. 그런 점에서 원칙을 지키는 것 자체가 곧 브랜드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죠.
 



기획·정리=이필재
포브스코리아 경영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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