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차한잔] 교육에세이 펴낸 김진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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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바뀌고 교사가 변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공교육은 무너져 내릴 것입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교육운동가 김진경(52) 씨의 진단은 자못 비관적이다. 형형한 눈빛이 무색할 지경이다. 전교조 창립에도 깊숙이 관여했던 그가 교육에세이집 '미래로부터의 반란'(푸른숲, 264쪽, 9800원)을 냈다. 그런데 의외의 내용이 담겼다. 학교나 교육 당국 등 제도적 문제 뿐 아니라 아이들의 변화와 이에 대한 학부모, 교사들의 부적응도 공교육 위기를 불렀다고 진단한다. 이는 세월이 좋아진 지난 2000년부터 2003년 봄까지 다시 교단에 섰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요즘 아이들은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아요. 제가 가르치던 중학생의 절반 정도는 아예 교과서 없이 수업에 참석했어요. 학기 말이 다가오면 교실 휴지통엔 찢어버린 교과서가 그득했죠." 그가 전하는 우리 교실의 변화는 경이롭다. 자신과 한창 변하는 학생들간의 단절이 버거워 어렵사리 복직한 교단을 떠났을 정도였다.

그에 따르면 아이들은 90년대 초에 이미 변하기 시작했단다. 인터넷 게임, 휴대전화, 머리 염색, 브랜드 상품 등이 중고생들의 문화코드가 되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몸이 아이들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도구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우리 세대에게 맞던 학교 교육이 요즘 아이들에겐 엄청난 억압으로 작용합니다. 아이들이 바라는 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도록 학교가 도와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의 학교 교육은 다양한 분야의 천재들을 죽이는 체제와 다름없다고 그는 이 책을 통해 주장한다.

그는 벌써 변한 듯했다. 교육개혁을 소리높여 외치는 게 아니라, 나이키 운동화가 아니라고 등교를 거부하는 자신의 딸과 벌이는 실랑이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식이다. 물론 아이들에 대한 따뜻한 시각은 여전하다.

그렇다면 학부모와 교사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그는 이 책에서 어른들의 열린 마음, 진로 교육의 제도화, 지역과 환경에 따른 교육 프로그램 마련 등을 제안했지만 할 말은 아직 많은 듯했다.

"앞으로 이런 책을 더 쓴다면 대안 제시에 비중을 둬야겠죠."

아직도 후배 교사들과 함께 암울한 우리 교육의 해법을 찾고, 아이들 정서에 맞춘 책을 쓰기 위해 신화를 공부한다는 그의 새 책이 기대됐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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