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개막 휘슬 분 날, 양동근만 보였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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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백수(百數)’가 또 ‘만수(萬數)’를 당해내지 못했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모비스가 15일 울산에서 열린 2010~2011 프로농구 홈 개막전에서 한국인삼공사를 99-86로 꺾었다.

 작전이 다양하고 수가 많다고 해서 ‘만수’로 불리는 유 감독은 2008년 이상범 감독이 KT&G(한국인삼공사 전신) 사령탑에 오른 뒤 한번도 KT&G에 지지 않았다. 이 감독은 패할 때마다 “도저히 유재학 감독을 당해내지 못하겠다”면서 “유 감독이 ‘만수’면 나는 ‘백수’ 정도인 듯하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지만 올 시즌에는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인삼공사는 신인 드래프트 1·2순위로 포인트가드 박찬희와 슈터 이정현을 뽑아 공격력과 스피드가 향상됐으며, 외국인 선수 최대어로 꼽힌 데이비드 사이먼이 들어와 높이도 보강됐다. 반면 모비스는 전력이 반토막 났다. 지난 시즌 최우수선수(MVP) 함지훈이 입대하고, 브라이언 던스톤이 재계약하지 않아 골 밑이 허술해졌다. 자유계약선수(FA)였던 슈터 김효범도 SK로 이적했다.

 그러나 유 감독은 조직력을 앞세워 전력 차를 뒤집어버렸다. 유 감독은 전반 경기를 지켜보며 공격이 단조로운 한국인삼공사의 약점을 찾아냈고, 그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유 감독의 지시를 가장 성실하게 수행한 선수는 포인트가드 양동근이었다. 양동근은 활발하게 움직이며 한국인삼공사의 공격을 철저하게 봉쇄했다. 골 밑으로 가 도움 수비를 했다가 공이 빠지면 다시 박찬희와 박상률 등을 막으러 달려나갔다. 박찬희는 10점에 그쳤고, 박상률은 무득점이었다.

 전반까지 42-47로 끌려가던 모비스는 3쿼터 6분께 양동근의 레이업슛과 추가 자유투를 묶어 56-53 역전에 성공했다. 양동근은 승부처였던 3·4쿼터에만 16점을 몰아치는 등 24점을 터뜨려 승리를 이끌었다. 리바운드는 4개, 어시스트는 7개를 거뒀다. 외국인 선수 로렌스 엑페리건과 마이카 브랜드는 각각 18점, 14점으로 골 밑을 든든히 지켰다.

 이상범 감독은 경기 전 “모비스 전력이 약해졌다고 해도 얕볼 팀이 아니다. 양동근이 건재한 데다 지난 시즌 체제가 그대로 이어져 손발이 잘 맞을 것”이라고 했는데 결국 우려가 현실이 됐다.

 모비스는 개막전에서 승리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 이날 승리의 주역인 양동근이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 뽑혀 다음 주부터 9경기에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편 이날 개막전에 앞서 ‘코트의 황태자’ 우지원의 은퇴식과 영구 결번식(10번)이 열렸다. 우지원은 2002~2003시즌부터 8시즌 동안 모비스에서 뛰었고, 지난 5월 유니폼을 벗었다. 전육 한국농구연맹(KBL) 총재와 정석수 모비스 구단주 등이 경기장을 찾아 스타의 퇴장을 지켜봤다.

  울산=김우철 기자

◆프로농구 전적(15일)

▶울산
모비스 99 - 86 한국인삼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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