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문서관리 대변신] YS 찾아가 회고담 녹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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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행정자치부 국가기록원 직원들은 세 차례에 걸쳐 서울 상도동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집을 찾았다. 김 전 대통령의 재임시절 회고를 듣기 위해서였다. 기록원 측은 "생전에는 내용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김 전 대통령의 회고담을 한 시간씩 두 번 녹화했다. 김 전 대통령이 썼던 일기도 한 권 받아 복사했다.

기록원 관계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도 찾아가 개인적으로 보관 중인 기록물을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 측에도 개인 소유 자료들을 국가기록원에서 보관할 수 있도록 부탁한 상태다. 문서 보관 서고를 갖춘 국가기록원은 대전에 있다.

기록원이 이처럼 전직 대통령들을 찾아다니는 이유는 기록원에 남아 있는 대통령 기록물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현재 기록원에 남아 있는 대통령 기록물은 모두 27만7866건.

이중 절반이 넘는 15만여건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기록이다. 김 전 대통령의 경우 대통령 통치 기록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하도록 규정한 공공기록물관리법이 시행된 2000년 이후 퇴임했기 때문에 비교적 자료가 많이 확보됐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은 1만1000여건, 노 전 대통령 1만8000여건, 전 전 대통령 3만9000여건, 박정희 전 대통령 3만8000여건, 이승만 전 대통령은 8644건에 불과하다.

기록원 관계자는 "양도 그렇지만 중요한 역사적 문서들이 없어진 것 등 질적으로도 문제가 많다"고 했다.

현재 기록원에는 최규하 전 대통령의 취임사도 보관돼 있지 않다. 대통령이 장관 등을 임명할 때 보고받은 인사 검증 자료나 청와대 사정 파트에서 작성한 비리 관련 자료 등도 전혀 없다.

박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국가재건최고회의 회의록과 10월 유신 단행 배경 문서 등도 찾을 수 없다. 전 전 대통령 시절의 삼청교육 및 언론 통폐합 관련 기록도 사라졌다.

이처럼 귀한 통치 사료들이 사라짐에 따라 기록원 측이 전직 대통령과 주변 인물들을 통해 관련 기록 입수에 나선 것이다. 기록원 측은 퇴임시 중요한 자료들을 집으로 가져가 회고록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전 전 대통령 측을 접촉해 회고록 출간 이후 자료들을 인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록원 관계자는 "전 전 대통령이 보관 중인 자료는 공식 결재 문서보다 직접 보고받은 문서나 메모 등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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