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학회 토론회] '노무현 정부 경제 2년' 엇갈린 평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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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였던 조윤제(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주영 대사와 나성린 한양대 교수가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공과(功過)와 나아갈 방향을 놓고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웠다. 24일 한국경제학회(회장 이재웅 성균관대 교수)가 서울 중앙대에서 '한국경제의 재도약'이란 주제로 주최한 토론회에서다. 조 대사는 "지금의 경제 문제는 선진국들도 겪었던 것이고, 경제를 비관적으로 볼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나 교수는 "참여정부의 2년은 '잃어버린 2년'이었다"고 반박했다. 다음은 두 사람의 발표.토론을 요약한 것이다.

조대사=우리 경제는 국민의 생각보다 훨씬 성숙하고, 소득.소비 수준도 선진국 수준에 성큼 와 있다. 성장률도 나쁘지 않다.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넘은 뒤 선진국들의 성장률이 2~3% 정도였던 것을 보면 지난 5년간 한국의 성장률은 예외적으로 높다. '한국경제의 재도약'이란 주제와 관련해선 과거처럼 연 7~8%씩 고속 성장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제도를 선진화하고,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참여정부가 좌파 성향이고 분배 위주의 정책을 편다는 분이 많다. 그러나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애쓰는 게 사실이지만 한국 정도의 소득을 가진 나라치고 사회안전망 구축을 이만큼 소홀했던 나라가 있는가.

경제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지속되는 것은 내수침체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침체를 부른 가계부채 문제가 조정되면서 올해부터 소비도 성장할 것이다. 참여정부가 출범한 뒤 가장 고심하고 또 많은 공격을 받아왔던 분야가 기업의 투자 위축이다. 그러나 이는 수익성 있는 투자 대상을 찾기가 쉽지 않고 기업들도 기술력을 키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통령은 경제에 모든 것을 걸고 있다. 경제 참모들이 올린 보고서는 반드시 참모 의견을 구해 정책 하나 하나를 점검한다.

나교수=참여정부가 지난 2년간 분배지향적이고 반시장적인 경제정책을 펴면서 호황인 다른 나라들과 달리 홀로 침체에 빠졌다. 고령사회로 진입하기 전 10년간 최소 5% 이상씩 성장해야 하지만 성장 동력이 크게 떨어지면서 지난 2년은 '잃어버린 2년'이 됐다.

경기가 침체한 이유는 수출이 호전됐음에도 내수가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의 취임 초기에 경제 전문가들은 가계부채.세계경제 침체 등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도 참여정부는 경제 활성화보다는 정치.사회적으로 '틀 바꾸기'를 우선하면서 내수가 침체했다. 또 집권 1년차에 반기업 정서를 부추겨 기업 투자가 감소했고, 기득권.비기득권 간의 갈등을 조장해 부를 창출하는 세력이 경제할 의욕을 꺾었다. 참여정부는 추경편성, 재정 조기 집행 등 20회에 가까운 경기부양책을 발표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젠 국정운영 기조를 바꿔야 한다. 개혁 목표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것이어야지, 세력교체나 사회진보화에 그쳐선 안 된다. 국민들도 시장경제가 기업과 기득권 이익만 대변하는 비인간적인 제도라는 선입견을 바로잡아야 한다.

글=김준술 기자<jsool@joongang.co.kr>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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