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0% 환율 연동예금 비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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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환율과 연동된 은행 예금상품 중에서 '수익률 0'인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부분 은행들은 환율연동의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또 환율 하락으로 해외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해외펀드들의 원화 환산 수익률도 뚝 떨어졌다. 그렇다고 중도에 해지를 하기도 쉽지않다. 만기전에 해지하려면 수수료를 더 내야하기 때문이다.


◆환율연동 예금 울상=국민은행이 지난해 8월부터 판매하고 있는 'KB FX플러스 외화정기예금'은 150억원 가량이 모집돼 있다. 만기 3개월짜리는 원-달러 환율이 2% 범위안에서, 6개월짜리는 3% 범위안에서 움직여야만 최고 8%의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설계됐다. 범위를 벗어나면 수익은 한푼도 없다. 이 상품은 최근 환율이 급락해 만기 3개월짜리의 경우 수익을 낼 수 없게 됐다.

신한은행이 올 초 내놓은 '유로.달러 환율 연동 정기예금'도 환율하락으로 수익률이 좋지 않다. 환율이 오를 때 유리한 '상승형'(모집금액 35억원,6개월 만기)은 24일 현재 수익률이 0%다.

외환은행이 지난해 12월 판매한 환율 연동예금은 현재 연 5.5%~6%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향후 환율이 더 하락하면 수익률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PB사업단 김두영 과장은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으로 달러화 변동성이 워낙 커져 환율연계 상품을 도저히 팔 수 없는 상황"이라며 "상품 개발과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고 말했다.

수익률이 급락했다고 해도 일단 가입한 상품은 만기까지 갖고 가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중도 해지하면 중도해지 수수료(1년만기 기준 원금의 4% 가량)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은행의 환율연동 예금들은 대부분 원금보장형이기 때문에 최악의 경우라도 수익이 안나는 것이고 만기까지 기다리면 원금은 돌려받을 수 있다.

◆해외펀드는 손실도=선물환 헷지(투자위험회피)를 하지 않은 해외펀드 투자자들도 손실이 크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의 경우 전체 130여개 중 연초 이후에 손실을 보고 있는 펀드(현지통화 기준)는 20여개였지만, 원화로 바꿔 손에 쥐는 돈으로 따지면 절반 이상이 마이너스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채권 비중이 높아 펀드 자체로 수익률을 올릴 여지가 적은 혼합형 펀드는 타격이 더 심해 국내에서 판매되는 15개 펀드가 모두 원화로 환전하면 본전도 못 찾게 됐다.

피델리티의 유로혼합형 펀드의 경우, 유로화기준으로는 연초이후 4.2%나 되는 수익을 냈지만 원화로 환산하면 -0.2%가 됐다.

해외펀드에 투자하고 싶지만 이같은 환율변동 위험을 피하려면, 가입시 투자한 원금에 대해 선물환 계약을 해둘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판매사들이 채권형 펀드에 대해선 가입 금액 전체에 대해 선물환 헷지를 하지만, 주식형의 경우 투자자의 선택에 맡기거나 원칙적으로 헷지를 하지 않는 곳도 있으므로 잘 살펴 가입해야 한다.

제로인의 이재순 팀장은 "환차손을 입었다고 해도 당장 돈이 급하지 않다면 굳이 지금 손해를 보면서 펀드를 갈아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환율이 어느 정도 안정되기를 기다린 후 수익률을 고려해 찾는 게 낫다"고 말했다.

김창규.윤혜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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