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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아침] 히말라야시다 구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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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시다 구함 - 윤진화(1974~ )

봉제공장 박 사장이 팔십만원 떼먹고 도망을 안 가부렀냐 축 늘어진 나무 맹키로 가로수 지나다 이걸 안 봤냐. 히밀라야믄 외국이닝께 돈도 솔차니 더 줄 것이다, 안 그냐. 여그 봐라 아야 여그 봐야, 시방 가로수 잎사구에 히말라야 시다 구함이라고 써 잉냐 니는 여즉도 흐느적거리는 시 나부랭이나 긁적이고 있냐 그라지 말고 양희은의 여성시대나 글 보내 봐야, 그라믄 대학고 사 년 대학원 이년 글 쓴다고 독허게 징했으니께 곧장 뽑힐 거시다 거그는 김치냉장고도 준다니께 그나저나 아야 여그 전화 좀 걸어 봐야 누가 시다 자리 구했음 어찌냐  (후략)



눈 덮인 히말라야와 봉제공장이 만났다. 시다의 바늘과 나무의 이파리가 만났다. 봉제공장 시다와 히말라야 시다도 구분 못하는 이 무식한 사랑이 오늘의 시다. 김치냉장고 하나 사드릴 수 없는 ‘나부랭이’ 못난 시의 부끄러움이 바늘잎이 되어 속을 콕콕 찌른다. 시에 윤리가 있다면 아마도 뼈 아픈 이 부끄러움 때문이리라. <손택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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