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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샤프 한미연합사령관 “중위로 펀치볼 전투 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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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월터 샤프(58·사진) 한미연합사령관의 아버지인 얼 샤프(2006년 사망) 예비역 대령이 6·25전쟁에 참전해 격전지였던 강원도 양구 최전방의 펀치볼지구 전투에 참가했던 것으로 14일 밝혀졌다. 샤프 사령관은 14일 아버지가 생전에 꼭 가보고 싶어했다는 펀치볼 지구를 찾을 계획이었으나 현지 기상여건이 좋지 않아 헬기 운항이 어려워지면서 다음달로 방문을 연기했다고 한미연합사가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에 복무할 당시의 얼 샤프. [한미연합사 제공]

 한미연합사에 따르면 샤프 사령관이 1952년 미국에서 태어났을 당시 그의 아버지는 미 캘리포니아주 방위군 제40사단 224연대 소속 보병 소대장(중위)으로 6·25전쟁에 참전하고 있었다. 펀치볼 지구는 당시 군사적 요충지로 국군·유엔군과 북한군·중공군이 뺏고 빼앗기는 격전지로 유명였다. ‘피의 능선’ ‘단장의 능선’으로 불릴 정도로 수많은 사상자를 냈다. 펀치볼 지구의 정식 지명은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이지만 6·25 전쟁 당시 외국인 종군기자가 인근 가칠봉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 움푹 파인 화채그릇(펀치 볼)을 닮았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였다고 한다. 이 지구는 가칠봉·대우산·도솔산 등 해발 1100m 이상의 산에 둘러싸인 분지로, 면적은 여의도의 6배가 넘는 44.7㎢에 이른다.

 샤프 사령관은 “아버지가 1997년 나의 준장 진급 축하를 위해 6·25전쟁 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방한했을 때 한국이 세계 강대국의 하나로 우뚝 섰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워했다”라며 “자신이 땀과 피를 흘려가며 지켰던 한국에서 아들이 복무했던 것을 자랑스러워 했다”고 말했다.

 샤프 사령관의 펀치볼 지구 방문 계획은 그의 아버지 사연을 접한 육군 이성호 3군단장이 주선했으며 샤프 사령관은 흔쾌히 수락했다. 이 중장은 “한국이 발전할 수 있던 것은 샤프 사령관 부자처럼 한국을 위해 노력한 주한미군·유엔군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주한미군과 유엔군의 희생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샤프 사령관의 아버지가 근무했던 미 40사단은 6·25 전쟁중 경기도 가평에 학교를 세우기도 했다고 한미연합사 측은 전했다. 장병이 주머니를 털어 40사단의 첫 희생 병사의 이름을 따 ‘카이저 스쿨’을 세웠고, 이것이 오늘날 가평고등학교가 됐다고 한다. 지금도 당시 사단장이던 클리랜드의 이름을 딴 ‘클리랜드 홀’이 있다고 한미연합사 측은 덧붙였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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