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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명 영웅 ‘러브콜’ 줄이어 … 칠레축구협, 한국여행 제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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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13일 오후 9시55분(현지시간) 칠레 북부 산호세 광산. 어두운 밤 하늘로 칠레 국기가 그려진 풍선들이 솟구쳤다. 형형색색의 색종이 가루도 흩날렸다. 지하 700m에 매몰됐던 33명의 광부들 중 마지막으로 남았던 한 명, 루이스 우르수아(54)가 탄 구조 캡슐 ‘페닉스(불사조)’가 땅 위로 올라온 순간이었다. ‘캠프 에스페란사(희망 캠프)’의 광부 가족들은 서로를 얼싸안고 샴페인을 터뜨렸다.

 22시간37분. 70일 가까이 갇혀 있던 광부 33명을 구해내는 데는 하루도 안 걸렸다. 36~48시간은 걸릴 거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속도였다. 세바스티안 피녜라 칠레 대통령은 우르수아에 대해 “진정한 보스이자 위대한 지도자”라고 치하했다.

13일 밤 TV중계로 광부들의 구출과정을 지켜보던 칠레 시민들이 광부가 모두 구조되자 수도 산티아고 광장에 모여 환호하고 있다. [산티아고 AFP=연합뉴스]

 광부들을 다 구한 뒤에도 ‘산 로렌소(광부들의 수호신)’ 작전은 계속 됐다. 지하로 내려간 6명의 구조대원들이 남은 탓이다. 가장 먼저 ‘페닉스’를 탔던 광산 구조 전문가 마누엘 곤살레스는 자정을 넘긴 14일 0시32분, 가장 늦게 지상으로 올라왔다.

구조작업이 모두 끝날 때까지 현장을 지킨 피녜라 대통령은 “우리는 세계에 헌신과 노력, 희망에 관한 모범을 남겼다”며 치하했다. “칠레의 가장 큰 보물은 구리가 아니라 광부들”이라며 산호세 광산을 국가기념물로 지정, 미래 세대를 위한 ‘희망의 상징’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코피아포의 병원으로 후송된 광부들의 건강상태는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진은 “규폐증이 있는 마리오 세풀베다(40)와 최고령자 마리오 고메스를 빼면 건강상태가 모두 완벽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이메 마날리치 보건장관은 “1명이 심한 폐렴 증세를 보이고 있고, 2명은 치과 수술을 받아야 하는 등 치료가 필요한 이들이 7명”이라고 밝혔다.

 한편 33명의 ‘영웅’들을 향한 ‘러브콜’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칠레축구선수협회가 광부들에게 한국 여행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 측은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구조된 광부들의 개인사도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마리오 고메스(63)는 가장 나이가 많고 평소 무뚝뚝한 성격이지만, 지하에 갇혀 있는 동안 결혼 생활 30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내용을 포함, 40통의 편지를 보낸 사실이 알려져 ‘로맨티스트’로 화제를 모았다. 그의 첫 편지는 ‘제대로 된 결혼식’을 약속하는 내용이었다. 반면 요리 바리오스는 구조 과정에서 바람을 피운 사실이 들통 나 아내가 구조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그는 아내 대신 애인의 품에 안겼다.

칠레 코피아포=장연화 LA지사 기자
서울=김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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