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에 밀린 증시 … "바닥 다질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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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예상치못한 원-달러 환율 급락으로 증시가 연일 휘청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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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을 넘보던 종합주가지수가 960대로, 코스닥지수는 490선으로 밀렸다. 수출 비중이 높은 대형 우량주 중심으로 주가가 많이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다. 마이다스에셋 자산운용 조재민 사장은 "지수 1000을 앞두고 조정이 필요하던 차에 환율 요인이 불거져 오히려 바닥을 다지며 주가가 오르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의 환율 내성이 강해져 수출 전선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며 "다만 수익성이 좀 떨어지는 점은 감수해야 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과거 20년간의 환율 변동과 주가지수간 상관관계를 봐도 주가는 원화가치 상승기에 오히려 상승한 경우가 많았다.

◆과거엔 어땠나=한국 증시는 1980년 이래 지난해까지 모두 다섯차례 정도 '원-달러 환율 급락'의 환경을 맞았다. 첫번째 환율 급락은 1986년 6월부터 89년 6월 말까지 3년간이다. 당시 원화는 달러 대비 25% 절상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동안 종합주가지수는 200%이상 올랐다. 이후에도 원-달러 환율은 네차례 상승기를 맞았으나 2002년을 제외하고는 주가가 상승했다.

굿모닝신한증권 김중현 연구위원은 "과거 환율 하락 때는 대부분 수출 급증이나 정보기술(IT)붐 등의 호재가 환율 악재를 압도하면서 주가는 되레 강세를 보였다"며 "이번 역시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의 환율 변동 대응능력도 많이 좋아졌다. 대신경제연구소 봉원길 책임연구원은 "고질적으로 환율 변동타격을 입어온 조선.자동차.반도체 등 주요 수출업체들이 환 위험회피 대책을 크게 보강한데다 관련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도 높아져 환율하락 요인을 제품 가격에 상당부분 반영할 수 있게 됐다"고 진단했다.

미래에셋 이덕청 이사는 "최근의 원화 강세는 세계적인 달러 약세 기조의 연장선일 뿐"이라며 "미국의 점진적인 금리 인상 정책 등으로 인해 올 하반기쯤이면 원화강세 현상이 누그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종별 명암=원화강세가 수출에는 아무래도 좋지않지만, 내수 회복은 앞당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한화증권은 보고서에서 "원화 가치가 올라가면 수입 제품의 가격이 떨어져 우리 국민들의 구매력이 올라간다"며 "내수 관련주들에겐 호재"라고 분석했다. 대신경제연구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기업들은 환율이 떨어지기는 시기에 대체로 설비투자를 늘리는 경향이 있어 국내 투자수요도 예상보다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일본 등 경쟁국보다 빠른 통화 절상 속도가 빠른 점은 부담일 수 있다. 이에따라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론 수출 기업들에 대한 투자를 미루고 수입 의존도가 높거나 외화 부채가 많은 음식료.항공. 해운주 등 원화강세 수혜 업종 중심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증권 최운선 연구위원은 "삼성전자 등 수출 기업들도 주가가 더 떨어지면 싼 값에 주식을 확보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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