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감독 한 사람 바뀌어도 팀 색깔 달라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민주당 손학규(얼굴) 대표가 13일 처음으로 라디오 정당대표 연설을 했다. 그동안은 정세균 전 대표가 해왔었다. 손 대표는 격주로 5분간 라디오 정례연설을 하게 된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수권정당론’을 앞세웠다. “감독 한 사람이 바뀌어도 팀의 색깔과 역량이 확연히 달라진다. 당대표로서 민주당을 유능하고 신뢰받는 ‘수권정당’으로 만들어 놓겠다”는 게 골자였다.

손 대표는 전당대회를 앞두고 조직에서 경쟁자보다 열세였다. 하지만 그는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이 가진 조직의 벽을 “잃어버린 600만 표를 되찾아 오겠다”는 ‘수권정당론’으로 넘어섰다. 특히 연고도 없는 호남에서 우세를 보인 건 그 때문이다. 평소 손 대표는 참모들이 써주는 연설문 초고를 많이 고치기로 유명하다. 이번에도 참모들이 쓴 초고를 많이 고쳤다고 한다. 특히 당대표가 된 뒤 현장 방문을 통해 느낀 대목을 많이 추가했다. 연설문에는 평택에서 쌀농사를 짓는 농민을 만나 들은 얘기를 옮겨놓았는가 하면 “배농사를 짓는 과수원에선 냉해에 태풍으로 평년작의 4분의 1도 수확을 못 했다고 울상이었다”는 얘기 등이 들어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날 선 비판도 강조됐다. 그는 연설에서 “연료비 상승으로 도시 영세민들이 난방비 때문에 고생을 했고 전셋값 폭등으로 집 없는 사람들이 한숨만 푹푹 쉬게 됐다”며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고 정부의 친서민론을 직격했다.

◆여성 대변인 인선 고민=손 대표는 이날도 여성 대변인을 인선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통합민주당 대표 시절 대변인을 지낸 차영씨가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탕평인사로 인선 기준을 세우면서 멀어졌다. 손 대표는 김대중 정부 때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박선숙 의원에게 제안했으나 박 의원은 “당에 도움 되는 다른 일을 하겠다”고 고사하고 있다. 정세균 최고위원과 가까운 김유정 의원 역시 “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이고, 전현희 원내대변인은 “박지원 원내대표와 끝까지 가겠다”며 고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영춘 최고위원 지명처럼 의외의 인사가 발탁될 것이란 전망과, 이춘석 대변인 1인체제로 갈 것이란 얘기가 엇갈린다.

강기헌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