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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건설업계 복마전 비리가 여전히 판치다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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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건설업계는 시대를 역행하는가. 어제 자 중앙일보의 건설업계 탐사보도를 보면 과거의 복마전(伏魔殿) 비리가 개선은커녕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이 크고 개탄스럽다. 이 같은 악습 비리를 놔두곤 ‘공정한 사회’를 외친들 공염불에 불과하다. 관계 당국의 엄정 대처가 요구된다.

비리 유형은 대형 건설사의 불공정행위와 불법 로비, 공사비 부풀리기 등 크게 세 가지다. 한 중소 건설업체 사장은 대기업 건설사 이사 명함을 별도로 들고 다닌다고 증언했다. 대기업을 대신한 인허가 로비용이다. 뇌물 수수 문제가 터져도 자신들은 쏙 빠질 수 있다는 대기업의 얄팍한 계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해결사 노릇까지 해야 하청(下請)이라도 받을 수 있는 하도급 구조를 개탄했다. 또 대기업은 높은 가격으로 공사를 발주받고도, 실제 공사를 담당하는 하청업체에는 그 절반 정도의 공사비만 주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로비 금액도 세세하게 밝혔다. 지자체 공무원 중 팀장(계장)급은 50만~100만원, 과장급은 200만~300만원, 국장급은 400만~500만원이라는 것이다. 기술 심사와 평가를 담당하는, 대학교수가 대부분인 민간 위원들도 로비 대상이다. 돈 대신 공무원의 자녀를 대기업에 취직시키는 신종 로비도 생겨났다. 그 사장은 7명의 공무원 자녀를 대기업에 취직시켰다고 했다. 공사비 부풀리기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공공기관이 고시하는 공사비(표준품셈)가 실제 공사비보다 많이 부풀려져 있는 제도의 허점을 건설사들이 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비리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건설업계는 그동안 과거에 비해 투명하고 깨끗해졌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실태는 전혀 딴판이다. 이 지경이 되기까지 정부는 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정부가 마냥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민간이 하면 좀 나을까 싶어 기술 심사와 평가를 민간위원에게 맡겼다. 심사위원의 숫자가 많으면 로비가 줄어들 수 있겠다고 생각해 심사위원 후보 대상자도 3000명 정도로 대폭 늘렸다. 최근에는 아예 심사위원을 두 달 전에 공시하고, 평가내역을 공개하는 등 투명성도 강화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다면 정부는 보다 획기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검찰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맡은 바 소임을 다했더라면 음습한 로비가 이토록 공공연하게 이뤄질 수 있었겠는가 자문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불법과 비리는 일벌백계(一罰百戒)해야 한다. 비리는 하청업체가 했더라도 근원은 대기업에 있다는 게 밝혀진 만큼 끝까지 추적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건설업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 정책도 필요하다. 불공정거래가 심각한 업종은 차별적 정책을 펴는 게 맞다는 이유에서다. 입찰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고 본다. 외국 사례를 참조해 보다 확실한 처방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관계당국은 이번 기회에 건설업계의 불법 비리 실태부터 정확히 파악하고, 고질적이고도 광범위하게 만연된 비리 근절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