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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운반차 스티커 줘 … 안 붙인 차량 족집게 검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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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충남 아산시 선장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이병두(46)씨는 9일 마을 파출소에서 스티커 한 장을 받아 자신의 1t트럭 운전석 유리창에 부착했다.

이 트럭은 수확한 벼 등을 실어 나르는 데 사용한다. 스티커(지름 6.5㎝)에는 경찰 마크와 함께 이씨의 주소와 이름 등이 적혀 있다. 아산경찰서는 농산물 절도 예방을 위해 8일부터 차량용 스티커 1000여 장을 제작해 농민들에게 배포하고 있다. 이씨는 “인근에서 배추와 고추 등 농산물 도난사건이 발생하면 불안했었는데 스티커를 부착하니 조금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아산경찰서 선장파출소 홍관유(52) 소장은 “스티커 부착으로 농산물을 실은 차량에 대한 선별적 검문이 가능해져 절도 예방에도 한몫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확기를 맞아 배추 등 채소 가격 급등에 따라 농산물 절도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를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이 등장하고 있다.

경기도 안성시 일죽면 43개 마을 이장단은 5일 오후 면사무소에서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일죽면은 배추와 열무 등 잎채소류 주산지다. 이장들은 최근 곳곳에서 발생하는 농산물 절도를 예방하기 위한 자구책이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았다. 주민들은 마을 곳곳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하고, 순찰대를 만들어 야간에 시설하우스 일대에 대한 순찰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재 강촌리 등 일죽면 8개 마을에는 지난해 이미 CCTV 33대가 설치됐다. 채소 재배농민 최영택(54·일죽면 신흥리)씨는 “개인 돈 300여만원을 들여 농경지 주변에 CCTV 4대를 설치한 이후 절도 피해가 단 한 건도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35개 모든 마을에 CCTV 161대를 설치한 충북 음성군 초평면 주민들은 수확철을 맞은 요즘 안심하고 농사에 전념하고 있다. 올 들어 농산물 절도사건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CCTV 설치비 1억5000만원은 마을 발전기금으로 충당했다.

경북경찰청은 지난 5월부터 ‘마을지킴이(Farm Watch)’ 제도로 수확철 농산물을 지키고 있다. 주민들이 일상생활을 하다 수상한 사람이나 낯선 차량을 만나면 휴대전화 단축키(88번)를 누른다.

전화 신호음은 곧바로 관할 파출소로 연결된다. 경북도내 주민 4만410명이 마을지킴이(신고요원)로 활동하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마을지킴이로부터 674건의 신고를 접수해 농산물 등 절도범 31명을 붙잡았다. 경북경찰청 박희룡 생활안전과장은 “주민 대다수가 휴대전화가 있는 데다 신고절차도 간편해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강원도 정선경찰서는 1일부터 ‘농산물 칼라제’를 도입했다. 농산물 칼라제는 농산물 포장용기에 경찰서가 제작한 스티커를 부착하는 것이다. 경찰관이 수확장소와 보관창고 등을 찾아가 경찰마크가 새겨진 스티커를 부착해 준다. 이와 함께 전남 해남군 화산파출소는 마을별 책임담당제를 운영 중이다. 직원 8명이 3개 팀을 만들어 16개 마을을 순찰함으로써 농산물 절도를 예방하자는 것이다.

김방현·최모란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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