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재산 불법 증여한 혐의 관련 태광그룹 본사 압수수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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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서울서부지검은 태광그룹이 불법적으로 증여한 혐의를 잡고 서울 장충동 그룹 본사를 13일 압수수색했다.

서부지검 봉욱 차장검사는 “수사관 10여 명을 태광그룹 본사에 보내 관련 문서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압수수색은 태광그룹 이호진(48) 대표이사가 계열사의 신주를 저가로 발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아들(16)에게 그룹의 지분을 불법적으로 증여하려 했다는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이뤄졌다. 아들은 미국에서 유학 중이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압수물 등을 정밀 분석해 그룹 측이 이 대표의 아들에게 계열사의 신주를 몰아줬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서부지검은 최근 금감원 등의 첩보 자료를 대검으로부터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관들이 13일 오후 서울 장충동 태광그룹 본사에서 압수한 서류 등을 차에 싣고 있다. 검찰은 이날 확보한 압수물 등을 정밀 분석해 태광그룹 이호진 대표이사가 계열사의 신주를 저가로 발행하는 등의 방식으로 아들에게 불법 증여했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태광그룹 불법 증여했다”=서울인베스트는 이날 태광그룹이 편법으로 주식 등을 증여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구조조정 및 인수합병 전문기업인 서울인베스트는 약 3%의 지분을 보유한 태광산업 소액주주를 대표하고 있다.

서울인베스트 박윤배 대표는 “태광산업의 주요 계열사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대표이사가 계열사 지분을 아들에게 헐값에 한꺼번에 넘기는 등의 방법으로 아들이 태광그룹 전체를 소유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를 재편성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태광산업이 티브로드홀딩스와 티알엠·티시스·흥국증권 등 계열사의 저가 신주를 발행하고, 이 대표이사가 이를 고의로 실권한 다음 아들 에게 제3자 배정 인수방법을 통해 싼값에 넘겨받게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아들은 해당 기업의 절반가량 지분을 소유하게 됐다고 서울인베스트 측은 설명했다.

박 대표는 “당시 증여세법에 근거해 평가한 주식 값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주식이 넘어갔다”며 “불법 증여에 해당하는 범죄 행위일 뿐 아니라 태광산업 주주에 대한 권리를 침해한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인베스트는 또 태광산업이 계열사인 흥국화재 지분을 흥국생명에 넘겨 회사에 재산 손해를 끼치거나 계열사인 동림관광개발이 골프장을 짓기도 전에 회원권을 싼값에 매수하는 등 계열사로 자산을 빼돌린 의혹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태광그룹 측은 “이미 법적인 검토가 끝난 문제들이며 서울인베스트가 제기한 의혹에는 대응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정선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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