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례 신랑에게 만세삼창·기합 안 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1면

‘혼례 때 사회자가 신랑에게 만세 삼창을 시키거나 기합을 주는 행위, 심지어는 신부에게 곤혹스러움을 요구하는 행위는 자제돼야 한다.’

‘조문 때는 유족에게 많은 말을 시키지 않도록 한다. 장례 진행에 불편을 주고 유족에게 정신적 피로감을 주기 때문이다. 특히 사고로 죽은 경우 고인의 사망 원인·과정 등을 상세하게 묻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대구교육대 윤리교육학과 장윤수(48·철학박사·사진) 교수가 최근 펴낸 『현대사회와 예절문화』에 나오는 내용이다.

장 교수는 “전통 혼례의 의식과 절차가 사라지면서 국적없는 의례가 범람하고 있다”며 “아무리 절차와 방식이 바뀐다 해도 혼례는 거룩하고 신성한 예식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조문 때는 상가에서 반가운 친구나 친지를 만나더라도 큰 소리로 이름을 부르지 말 것을 당부한다.

장 교수는 대학에서 ‘예절교육연구’라는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 그래서 대학생들과 ‘예절’이라는 주제로 자유롭게 토론해 왔다. 그가 한번은 만학도로부터 “교수님, 지금도 예절이 필요합니까”라는 질문을 받고 당황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예절의 대상이 되는 인간관계가 여전하고 목적이 되는 상호존중의 정신이 지금도 필요한 만큼 예절의 가치도 여전하다”고 말한다.

『현대사회와 예절문화』는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그래서 그의 책은 기존의 예절서와 내용이 좀 다르다. 관혼상제 등 전통 사례를 중심으로 지루한 절차와 형식만 나열하지 않았다. 또 예절을 단순한 에티켓 교육으로 떨어뜨리지도 않았다. 계명대 홍승표(54·유교사회학) 교수는 “이론과 실제, 전통과 현대를 고루 반영한 게 이 책의 장점”이라고 말한다. 예절의 어원과 이론적 바탕을 천착하면서 문상법 등 실생활 예절을 고루 담았다는 것이다. 또 지구촌의 다른 나라 예절도 소개하고 있다.

송의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