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사장에 최문순씨 내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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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는 22일 이사회를 열고 최문순(49.사진) 전 MBC 보도제작국 부장을 임기 3년의 신임 사장에 내정했다. MBC는 25일 주총을 열어 최 내정자를 사장으로 공식 선임한다.

최씨는 역대 최연소 사장으로 기록될 전망이며, 그의 입사 선배는 200여명(전체 직원 1450명)에 달한다. 노조위원장 출신이 지상파 방송 사장에 오른 것도 처음이다. 최씨는 MBC 노조위원장과 전국언론노조 초대 위원장을 역임했다. 그간 MBC에선 노조위원장 출신이 임원이 된 적도 없었다. KBS의 경우 노조위원장 출신으로 두 명의 부사장을 배출했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가운데 MBC 직원들은 "거센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예측했다.

◆ '개혁' 선택한 방문진=올해 초부터 '7룡'이니 '9룡'이니 하며 차기 MBC 사장 후보가 입에 오르내릴 때만 해도 최문순이란 이름은 전혀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4일 사장 공모가 시작되면서 그의 이름이 여기저기서 언급되기 시작했고, 일각에선 "청와대가 밀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특히 그의 춘천고 선배로 유력한 사장 후보였던 엄기영 이사가 공모에 불참하면서 최씨는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는 강력한 개혁을 내세우며 젊은 사원들의 지지를 받았다. 이어 공모에 응한 11명 중 고진 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장, 김강정 목포 MBC 사장과 함께 최종 라운드에 올랐다. 그리고 9명의 방문진 이사들은 지나친 파격이라는 일부의 우려를 알면서도 '과감한 개혁' 쪽을 선택했다. MBC에 극약처방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 "고임금 삭감하겠다"=저조한 시청률, 광고수입 감소, '명품 핸드백 사건' 등으로 인한 신뢰도 추락…. MBC가 현재 커다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최 내정자는 22일 "고임금을 삭감해 고용을 보장하고 수직적인 조직 문화를 청산해 일 중심으로 조직을 개편하겠다"며 "특히 뉴미디어에 대응하기 위한 경쟁력을 강화하고 프로그램 해외 수출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MBC에선 큰 폭의 세대교체가 점쳐지고 있으며, '팀제'로의 개편과 지역 MBC 통합 등 체제 변화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MBC 내에선 이런 그에 대해 많은 기대를 표하고 있다. 조직 개혁이 새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바람이다.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찮다. 노조위원장 등의 경력을 시청자와 광고주가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한 MBC 간부는 "투쟁경력이 중심이기 때문에 다매체.다채널 시대에 걸맞은 비전과 업무 능력을 보일 수 있겠는가"라고 의문을 표했다. 50대 이상의 간부 사원들 사이에선 미래에 대해 불안해 하는 기색도 감지된다. 학계에선 최씨의 선출이 언론계의 세대교체를 예고한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향후 언론계 전반에 비슷한 양상이 확산되리라는 것이다.

◆ 최문순 내정자는=강원도 춘천 출신으로 강원대 영어교육학과, 서울대 대학원 영문과를 졸업하고 1984년 MBC 기자로 입사했다. 96년 노조위원장으로 파업을 주도해 해직됐다가 복직 후 2000년 산별로 전환한 언론노동조합의 초대 위원장을 지냈다. 그는 사장 공모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지난 16일 사표를 냈다. MBC를 떠나기 전까지 '시사매거진 2580'의 책임 PD로 있었다.

김택환 미디어 전문기자,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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