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돕기 국민성금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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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한적십자사가 올 1월 발생한 아이티 지진피해 복구를 위해 국민들로부터 걷은 성금 91억원 중 12억8400만원만 사용하고, 남은 돈으로 정기예금을 든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의료봉사단이 아이티 구호 전에 들른 도미니카공화국 특급호텔에서 술을 마시고 룸 서비스를 받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강명순 의원은 12일 대한적십자사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아이티 구호 성금 사용 내역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대한적십자사는 성금 중 일부만 사용하고 지난 4월 만기가 2011년에 돌아오는 33억원짜리 정기예금 두 개를 들었다. 강 의원은 또 의료봉사단이 아이티 구호 현장에 들어가기 전 도미니카공화국 특급호텔에서 소주를 마시고 룸서비스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봉사단 100여 명의 항공료·숙박비·물자운송비로만 4억4700만원이 들어간 것으로 조사됐다. 강 의원은 “전화통신료·택시비·술값까지 모금액으로 사용하는 것은 아이티를 돕겠다는 국민들을 우롱하는 일”이라며 “1년짜리 만기적금은 누구의 허락을 받고 들었느냐”고 지적했다.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는 “아이티 복구사업이 대단히 느려 기약 없이 돈을 들고 있기보다 은행에 넣어두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유 총재가 “저쪽 일에 대해 지식과 이해가 부족하시다”고 말해 여야 의원들로부터 “사퇴하라”는 말을 들었다. 민주당 주승용 의원은 구호 성금 사용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촉구했다.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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