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리포트] 무상급식 ‘배고픈 출발’… 예산 못 대 축소, 국비 요구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도지사의 핵심 공약사업에 교육청이 왜 짐을 져야 하느냐.” “학생 교육의 1차 담당기관인 교육청이 좀 더 부담해야 마땅하다.”

6·2 지방선거의 간판 공약인 무상급식이 삐걱대고 있다. 의욕은 크지만 예산이 따라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 편성 작업이 마무리될 시점인데도 곳곳에서 지자체와 교육청 간에 재원 분담 비율을 둘러싼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당초 계획보다 무상급식 대상을 대폭 축소하고 ‘국비 지원’까지 촉구하고 있다.

안희정 지사가 “2011년까지 모든 초·중학교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실시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충남도는 두 달째 충남도교육청과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 내년에 도내 초등학생 13만8000여 명에게 무상급식을 하는 데 소요될 예산 625억원에 대한 분담 비율을 놓고서다. 충남도와 교육청은 서로 상대 측에서 60% 이상을 부담해 줄 것을 요구하는 선에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자 충남도는 ‘친환경 무상급식’도 그냥 ‘무상급식’으로 방침을 바꿨다. 친환경으로 할 경우 식자재비가 두 배 정도 더 들기 때문이다. 또 초·중학교에 대한 전면 실시 시기도 2014년으로 2년 늦췄다. 단체장과 교육감의 무상급식 공약이 서로 달라 차질을 빚기도 한다. 장휘국 광주시교육감은 올해 초등학교 전면 무상급식, 내년 유치원과 초·중학교, 2013년부터 고교까지 전면 시행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강운태 광주시장은 내년 초등 1~3학년, 2012년 전체 초등학생, 2013년 중학교 시행을 약속해 협상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광주시가 초등 1~3학년 급식비만 지원할 경우 광주시교육청이 400억원 이상을 부담해야 돼 학교운영비·시설비·교육지원비 등을 축소·삭감해야 할 판이다.


초·중학생 전원에게 친환경 무상급식을 약속했던 서울시교육청은 무상급식을 위해 내년도 예산에 1200억원을 편성하고 서울시에 1250억원을 요구해 놓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는 하위 30% 지원에 필요한 예산 중 서울시교육청의 기존 지원액(하위 11%)을 뺀 금액만 부담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전북도교육청과 도내 14개 지자체는 일단 내년부터 전체 초등학교에 대해 무상급식을 하기로 최근 합의했다. 그러나 중·고교에 대해서는 그 시기와 대상을 놓고 교육청과 지자체들 간에 의견차가 커 시행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충북교육청은 초·중학교 무상급식에 필요한 900억5400만원 중 절반을 충북도가 부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충북도는 식자재비 469억원의 40%인 187억6000만원만 부담하겠다는 입장으로 맞서 있다.

대구시교육청은 현재 전체 학생의 11% 수준인 무상급식 대상을 내년에 17%로 확대하는 데 필요한 예산의 절반(33억2400만원)을 지원해 달라고 대구시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대구시는 내년에 지방세 수입이 더 줄어들 것으로 보고 관련 보조금의 삭감을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다.

인천시와 인천시교육청은 이달 초 내년에 우선 초등 3~6학년에 대해서만 무상급식을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소요예산 472억원은 교육청 30%, 인천시 30%, 구·군 40%의 비율로 분담키로 했다. 익명은 원한 인천시 관계자는 “앞으로 초등학교 전 학년과 중학교 무상급식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국비 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무상급식에 대한 국비 지원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기환·김방현 기자, [전국종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