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쇠붙이에 혼을 담은 송영수 그 떠난 지 4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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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송영수, 곡예, 동 용접, 78×42×22㎝, 1966.[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부러질 듯 가는 팔다리가 둥글게 원을 이뤘다. 두 몸이 허공에서 만나 하나가 된 조형미가 얇은 동(銅)의 물질성 덕에 더 빛난다. 구리를 이렇듯 섬세하게 용접해 인체의 극한을 시험하는 ‘곡예’를 창조한 조각가는 고 송영수(1930~70)씨다.

1950년대 말 우리 조각계에 낯설던 용접 철 조각과 동 조각을 시도해 일가를 이룬 그의 과감한 실험정신은 지금도 후학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마흔 해 짧은 삶을 불태워 한국 현대조각사에 굵은 획 하나를 그은 그가 대표 조각가로 평가 받는 까닭이다.

13일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개막하는 ‘한국 추상철조각의 선구자 송영수’는 그의 작고 40주기를 맞아 열리는 대규모 회고전이다. 50년 서울대 조각과에 입학해 한국추상조각의 개척자였던 스승 김종영을 따르며 자신만의 추상 철조 용접 기법을 완성시켜간 20년 세월이 60여 점 작품과 자료로 소개된다. 전시는 크게 세 공간으로 나뉘어 관람객을 맞는다. 첫째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던 고인의 신앙세계를 엿볼 수 있는 작품들. 60년대에 제작된 ‘성가족’ ‘십자고상’ ‘순교자’는 종교적 신념과 예술성이 만나 일군 대표작으로 꼽힌다. 둘째는 다양한 용접 조각을 맛볼 수 있는 인체상이다. 54년작 ‘가족’을 비롯해 67년작 ‘생의 형태’ ‘대립’ 등이 나왔다. 셋째는 말년에 새롭게 시도했던 테라코타 작품과 작가 관련 자료들을 모은 방이다. 작가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작품으로 이어지는가를 보여주는 드로잉북 99권은 특히 송영수 연구의 귀중한 바탕이 되고 있다. 작품은 물론 유품을 잘 관리한 작가 유족의 태도도 조명 대상이다.

전시 기간 중 다양한 행사가 열려 송영수 작품세계를 즐기려는 관람객의 이해를 돕는다. 23일 오후 3시 작가의 부인인 사공정숙(고려대 명예교수)씨의 회고담 ‘거친 쇠부치에 아름다운 영혼을 깃들이게 한 사람’이 열리며, 11월 5일 오후 3시에는 ‘한국 추상철조의 선구자 송영수-한국 조각사와 작가론’이 이어진다. 11월 26일 오후 3시 전문가 좌담회도 있다. 전시는 12월 26일까지. 02-2188-6070.

정재숙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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