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람] 서울에 온 핵공학 석학 김재일 뮌헨공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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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중국.인도의 성장 등 최근의 산업 개발 속도로 볼 때 향후 50년 이내에 세계적인 에너지 대란이 오는 것은 불가피한 일입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서의 차세대 에너지는 태양열.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아닌, 원자력 에너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23일 산자부가 주최하는 '방사성 폐기물 처분 정책의 한.일 협력을 위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21일 귀국한 재독 과학자 김재일(69.뮌헨공대 핵화학과) 박사는 핵에너지의 필요성에 대한 그의 지론을 이렇게 피력했다.

1961년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한 후 67년 독일로 건너가 뮌헨 공대 방사화학 연구소 책임연구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핵 에너지 관리국(NEA) 위원, 독일 칼스루헤 연구센터 핵폐기물 처분 안전 연구소(INE) 소장 등을 지낸 김 교수는 핵폐기물 처리 공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현직인 유럽연합(EU) 원자력관리위원장에 이르기까지 40여년간을 이 분야에 몸담아 왔다.

부안사태 등으로 핵폐기물 처리 문제에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2년 전 김 교수는 "폐기장에 보관할 저준위 폐기물의 방사능은 전체 원전 폐기물 방사능 총량의 1%도 되지 않으며 한국수력원자력 연구원이 고안한 저장방법은 안전하다"는 주장을 제기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김 교수는 이번 포럼서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처분을 위한 장기적 방안'이란 주제 발표를 통해 국제적인 방사성 폐기물 처리 동향 등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또 차세대 에너지원으로서 원자력 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할 생각이다.

김 교수는 "50년대 '원자력 일을 한다' 하면 모두가 경외의 눈으로 쳐다보며 '사위삼겠다'고 하던 때가 있었다"며 "지금은 그런 인식이 많이 변했지만 원자력을 선택한 데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또 "에너지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것인 만큼 젊은 과학도들이 많이 관심을 갖고 도전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현재 김 교수는 벨기에 출신 과학자와 결혼, 두 명의 딸을 두고 있다.

글=김필규 기자<phil9@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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