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법률] 불륜 사이 ‘사랑해’ ‘여보, 잘 자’ 이런 메시지는 이혼 사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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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배우자가 아닌 이성(異性)과 휴대전화로 ‘사랑해’ ‘여보 잘 자요’ 등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 보낼 수 있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다면? 법원은 이를 ‘이혼 사유가 되는 부정한 행위’로 판단하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은 11일 문자메시지를 근거로 배우자의 외도를 인정한 이혼 판결 사례를 공개했다.

A씨(67)는 지난해 5월부터 3개월 동안 아내 아닌 다른 여성에게 ‘당신 사랑해’ ‘여보 잘 자요’ ‘헤어진 지 이틀 되었는데 보고 싶어 혼났네’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씨의 아내(62)는 외도와 폭력을 이유로 이혼 및 재산분할 청구 소송을 냈다. A씨는 아내를 수차례 폭행해 접근금지 명령까지 받았었지만 문자메시지 외에 불륜의 증거는 없었다.

그러나 A씨의 재판을 맡은 서울가정법원 가사3단독 염우영 판사는 “A씨가 다른 여자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의 내용 등에 비추어 보면 부정한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법에서 이혼사유로 규정한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는 간통까지는 아니지만 부부의 정조 의무에 충실하지 않는 일체의 부정한 행위가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A씨는 위자료 5000만원과 함께 1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비롯해 소유한 부동산의 절반을 아내에게 재산 분할하고 이혼하게 됐다.

탈북여성 B씨(39)는 중국인 남편(36)을 두고 자신이 일하는 식당 사장과 ‘고마워, 나도 사랑해’ 등의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이혼소송 중 식당 사장과 동거하기도 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9단독 강규태 판사는 “B씨는 외도를 저지른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식당 사장과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으로 볼 때 B씨의 부정한 행위로 인해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는 남편에게 위자료 1000만원을 주고 이혼하라”고 판결했다.

구희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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