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생활놀이 어떻게 하나

중앙일보

입력


아이와 잘 놀아주는 것은 이 세상 모든 엄마의 공통된 소망이다. 하지만 직장맘은 시간이 부족해서, 전업주부는 놀아주는 방법을 몰라서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은 쪼개면 되고 방법은 배우면 된다. 블로그에 엄마표 생활놀이 노하우를 공개해 인기를 얻은 파워블로거 강다연(37·서울시 강남구 역삼동)씨에게 한 수 배워보자.

아이의 관심사를 파악하는 것이 첫걸음

강씨는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잘 나가는 직장맘이었다. IT 컨설턴트로 근무하던 그에게 야근과 주말근무는 일상이었다. 그러다보니 아이와 함께 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아들 윤성현(서울 도성초 1)군은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 엄마를 찾았다. “하루는 성현이가‘할머니 말고 엄마가 유치원 버스를 태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하더군요. 엄마가 배웅해 주는 친구들이 부러웠나 봐요.”

이때부터 강씨는 ‘1시간을 놀아주더라도 제대로 놀아주자’고 결심했다. 양적으로 부족한 시간을 질적으로 보충하자고 마음먹은 것이다. 하지만 막상 ‘뭘 하고 놀아야 할지’ 막막했다. 고민 끝에 그는 책 읽기부터 함께 했다. 책 속에는 무궁무진한 아이디어가 숨어있었다.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를 직접 만들어볼 수도 있었고, 책의 줄거리를 다양한 형태로 표현해 볼 수도 있었다. “엄마표 생활놀이는 아이와 관심사를 공유하는데서 출발해요. 책을 읽고 독후놀이를 하면 아이가 무엇에 흥미를 가지는지 파악하는데 효과적이죠.”

윤군의 관심사를 파악한 강씨는 맞춤형 장난감 만들기에 골몰했다. 개성과 재치가 넘치는 엄마표 장난감을 갖고 놀면 창의력과 상상력이 풍부해지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강씨는 당시 요리에 관심을 보이던 아들을 위해 밤을 새워 주방놀이 세트를 만들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라면상자와 우유팩 등 각종 재활용품을 활용해 직접 만든 장난감을 본 윤군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엄마,지점토로 세차장을 만들어 보는 건 어때요?종이상자와 천 조각으로 고양이 인형들을 위한 집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놀이는 엄마의 아이디어로 시작하지만 아이의 창의력으로 완성된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이었다.강씨는 “아이의 말을 귀담아 들으면 훌륭한놀이 소재를 많이 찾을 수 있다”며 “아이 의 견을 존중해주고 의사소통을 적극적으로 하라”고 당부했다.

엄마표 놀이는 호기심을 키워주는 과정

아이와 놀아주는 일은 그 자체로도 두뇌개발은 물론 정서교육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강씨는 “놀이 과정에 조금의 노력이 더해지면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지하철역에서 처음 본 자동판매기에 관심을 보인다고 하자. 골판지와 색종이, 색연필만 있으면 평면으로 된 커피자판기 정도는 뚝딱 만들 수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백과사전에서 자동판매기를 찾아본 뒤, 만들어 놓은 자동판매기 뒷면에 요구르트병과 실로 작동 원리를 구현해보면 자연스레 무게에 의한 낙하방식을 배울 수 있다. 강씨는 “놀이를 하면서 엄마가 유익한 말을 해주는 것만큼 아이의 생각을 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며 “신문과 백과사전 같은 자료를 적극 활용해 사고의 폭을 확장시켜주라”고 조언했다.

윤군은 요즘 과학놀이에 빠져있다. 요구르트 병에 소다를 넣고 식초를 떨어뜨려 용암을 분출하는 화산을 만들어보는가 하면 아기때 차던 기저귀를 가위로 자른 다음, 스포이드로 물감을 떨어뜨려 제습제의 원리를 확인하기도 한다. 침대를 우주선 조종석으로 탈바꿈시켜 우주비행사가 된 기분도 만끽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입니다. 사소한 것에 호기심을 갖고 몸으로 부딪치는 자세를 갖는 것만으로도 엄마표 생활놀이는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어요. 아이스스로 탐색하고 생각하는 바탕을 넓혀줬으니까요.”

[사진설명]“아이 말에 귀를 기울이고 책을 함께 읽으면 다양한 놀이 소재를 찾을 수 있어요.” 강다연씨는 아들 윤성현군과 장난감을 직접 만들어 생활놀이를 한다.

< 송보명 기자 sweetycarol@joongang.co.kr / 사진=김진원 기자 >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