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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과 공생, 동화나라 공화국에서 전하는 평화의 메시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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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호 04면

인어공주호를 타고 강을 건너 작은 섬에 오르면 책나라 왕국이다. 책으로 쌓은 탑을 지나가면 숲속 벤치, 식당, 화장실 어디에서나 책을 발견할 수 있다. 가는 길목마다 아름다운 그림책 원화들이 발길을 붙든다. 지나다니면서 책을 들여다보고, 뒹굴고 놀다가도 책을 집어든다.

11월 14일까지 열리는 2010 남이섬 세계 책나라축제 가보니

“책을 먹고 마시고 베고 접고 날리고 책속에서 뒹굴어라~!”라는 슬로건 아래 남이섬 세계 책나라축제가 10월 1일부터 11월 14일까지 강원도 춘천 남이섬 전체에서 열리고 있다. 2005년 시작돼 올해로 5회를 맞는 책나라축제는 국제아동도서협의회(IBBY)와 유니세프, YMCA등이 후원한다. IBBY는 이 행사를 창의적 문화 페스티벌의 표본으로 소개하기도 했다. 2008년 이후 비엔날레 형식으로 바뀌어 2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축제는 책뿐 아니라 여러 나라의 민속예술공연, 문화체험 활동 등을 통해 각국 문화를 몸소 체험해 볼 수 있게 했다.

남이섬은 그림책 속 동화나라를 현실로 실현하기 위해 2006년 3월 1일 ‘문화독립’을 선언한 동화나라 공화국이다. 여권과 화폐, 국기, 국가, 상형문자까지 만들어 쓴다. 친환경 농장에서 쌀과 채소를 재배하며 자체 생수와 막걸리까지 제작한다. 문화예술인들에게 창조의 공간을 제공하고 정직하고 부지런하게 일하는 직원에게 80세까지 정년을 보장하는 동화 같은 세상을 만들었다. 이처럼 동화나라를 현실로 구현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8년에는 어린이책의 노벨상이라는 국제 안데르센상의 공식 후원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동화나라에서 펼쳐지는 그림책의 향연은 우리 모두의 이상인 평화에 대한 소망을 담고 있다. 남이섬은 이번 축제의 주제를 인종과 국경과 종교를 넘어선 ‘평화’로 정하고 섬 전체를 거대한 ‘평화도서관’으로 꾸몄다. 22개국 42명의 아티스트가 참여해 펴낸 주제도서 『평화이야기(Peace Story)』는 한일병합 100년, 6·25전쟁 60주년 등 평화가 화두인 올해, 각국 사람들이 겪고 느끼는 평화의 의미를 담아내도록 기획됐다. 이 책에 나오는 22가지 스토리는 ‘평화’라는 주제 아래 각국 작가의 개성 있는 시선을 하나로 묶어냈다. 미국 캘리포니아 프레즈노 주립대학은 22개 스토리를 모두 다 연극무대에 올리기로 하는 등 이미 국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스토리들은 각각 독립된 ‘Big Book’으로 꾸며져 남이섬 거리에 전시돼 있다. 굳이 전시장에 들어가지 않아도 거리를 지나다니면서 들여다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원화 작품과 각 나라의 인형, 장난감, 민속 공예품들은 ‘평화랑’에 아울러 전시돼 더불어 살아가는 시대에 공유해야 할 문화의 다양성을 느끼도록 했다.

‘평화’와 함께 남이섬 책나라축제의 또 하나의 키워드는 ‘학이시습(學而時習)’. 도서관에 진열된 책을 눈으로 읽는 데 그치지 않고 남이섬 자연 전체를 도서관으로 만들어 오감으로 책을 느끼도록 각종 체험활동을 기획했다. 초청 작가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나만의 평화 그림책 만들기, 평화 홈페이지 만들기, 전통 춤과 노래 배우기, 재미있게 글짓기 등 다양한 워크숍을 직접 진행한다. 또 유리공예, 도자기공예, 진흙인형 만들기, 재활용품을 이용해 만들기 등을 통해 놀면서 공부하는 배움의 공간을 마련했다. 꼭 책이 있어야 도서관이 아니라 다양한 콘텐트를 몸으로 느끼면서 배울 수 있는 공간이 바로 도서관이라는 개념이다.

“남이섬은 독서관광지이자 지식관광지입니다. 보통 여행자들은 관광하면서 돈을 쓸 권리만 주장하지만 남이섬에서는 상상하고 창작해야 하는 의무를 부여한 것이죠. 책이란 것이 거룩하고 폼나는 물건일 수 있지만 책만 봐서는 실천할 수 없는 일이 많거든요. 남들과 더불어 이것저것 체험해 보는 과정에서 나눔과 공생을 배울 수 있는 사회학교가 바로 남이섬이 지향하는 새로운 관광의 개념이고, 자연 자체가 도서관인 이곳에서 지갑이 아니라 마음을 먼저 열어 상상과 역발상을 통한 창조를 체험할 수 있도록 기획한 것입니다.” ㈜남이섬 강우현 대표의 말이다.

테마 전시도 다양하다. 국가별로 내셔널 데이를 지정해 10월 2일 인도를 시작으로 이집트, 프랑스, 중국, 태국 등 10개국의 전통음악, 무용공연 등 고유 문화를 선보이는 무대가 마련된다. 주 행사장인 BAPLEX에서는 25개국 대사관과 문화원에서 기증한 ‘세계의 좋은 그림책 전’, 30개국 어린이들의 그림을 공모한 ‘세계 어린이 평화그림 공모전 입상작품전’, 우리나라 전통 문화를 소재로 한 그림책 원화를 닥종이 인형 등과 함께 전시한 ‘우리 문화 그림책 전’ 등이 동시에 열린다.

남이섬 도서관인 ‘안데르센홀’에서는 독일 뮌헨 어린이 도서관 소장 평화그림책 특별 순회전인 ‘헬로 디어 에너미’전이 마련돼 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났던 전쟁을 직·간접적으로 고발하는 그림책들과 원화를 소개하고 있다. ‘남이화랑’에서는 ‘한국의 대표 일러스트레이터 25인전’(사진)이 열리고 있다. 외국에서 수상 경력이 있거나 해외에서 그림책을 출판하고 있는 권윤덕, 이억배 등 국내 대표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작품을 전시하면서, 전시장에 이젤과 그림도구를 비치해 관람객들이 그림책을 보면서 떠올린 감상을 자유롭게 그림으로 그려볼 수 있게 해 눈길을 끈다.

“가능성을 믿으면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강우현 대표의 믿음처럼, 평화의 이념이 남이섬 동화나라를 찾는 수많은 사람의 삶 속에 자리 잡아 세계 평화에 한걸음 더 다가가도록 이끄는 축제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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