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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즐기는 뽕짝 재즈로 불러봤어요 서로 통하는 점 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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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뽕짝’ 리듬도 재즈 선율에 몸을 실을 수 있을까. 재즈 보컬리스트 말로(39·사진)가 전통가요를 재즈로 편곡한 스페셜 앨범 ‘동백아가씨’를 발매했다. ‘신라의 달밤’ ‘빨간 구두 아가씨’ ‘목포의 눈물’ 등 전통가요 11곡을 특유의 재즈 발성으로 소화했다. 전통가요의 눅눅한 정서와 재즈의 쓸쓸한 정서가 스미고 짜이면서 익히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재즈 언어’를 빚어냈다.

“제 기억 속에 남아있는 옛날 노래들을 제 방식대로 불러보고 싶었어요. 전통가요를 재해석 한다면 한국인들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재즈 음악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말로는 대학(경희대 물리학과) 시절 통기타 가수를 하면서 대중음악에 발을 들였다. “대학 때까지 재즈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하지만 어느 날 커피숍에서 재즈 음악을 처음 듣고선 그대로 감전됐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음악”이란 생각에 가방을 쌌고, 미국 보스턴의 버클리 음대로 날아가 1년간 재즈 보컬을 수학했다.

 그가 재즈 보컬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가장 골몰하는 문제는 언어다. “왜 재즈는 꼭 영어로 불러야 하느냐”는 물음이다. 미국 유학 시절에도, 귀국 후 학생을 가르칠 때도 “영어를 익히느라 음악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어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러니 ‘한국어로 재즈 하기’는 그에겐 숙명 같은 과제였음에 틀림없다. “사람들이 노랫말을 이해하면서 음악을 즐기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경우는 분명 달라요. 우리말로 재즈를 노래할 땐 아주 구체적으로 감정을 표현하고, 영어로 부를 땐 전체적인 뉘앙스를 전달하려고 애쓰는 편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전통가요를 택한 건 꼭 노랫말 때문은 아니었다. 그는 “전통가요의 원곡을 들어보면 리듬 자체는 뽕짝 느낌이지만, 연주는 재즈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는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전통가요와 재즈가 음악적으로도 맥이 닿는다는 설명이다.

이번 스페셜 앨범에 대한 반응은 뜨겁다. 특히 40~50대 중년 남성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면서 음반 차트 10위권에 꾸준히 올라있다. 말로는 12일 오후 8시 서울 대흥동 마포아트센터에서 스페셜 앨범 출시 기념 콘서트도 연다. 02-3274-8600.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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