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1년새 쌀값 300% 폭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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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북한 주민들은 최근 300%가 넘는 쌀값 폭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세계식량계획(WFP)의 제럴드 버크 공보관이 20일 밝혔다. 최근 평양에 다녀온 그는 본지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1월 말 평양 시장에서 쌀값은 ㎏당 700원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200원)에 비해 세 배 이상 올랐다"고 말했다. 유엔 산하 기구인 WFP는 1995년부터 대북 식량 구호활동을 벌여왔다. 다음은 인터뷰 요약 내용.

-북한의 식량 사정은.

"평양의 경우 지난해 11월 쌀값이 kg당 420원 정도였다. 그러나 1월 말 가격이 급등해 700원으로 올랐다. 북한은 지난해 감자를 포함해 420만t의 식량을 생산했다. 이는 지난 10년래 최대 풍작이다. 그러나 여전히 90만t이 부족한 실정이다. 100만명가량이 여전히 배를 곯고 있다. 식량 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다."

-가장 상황이 나쁜 지역은.

"평양은 지방에 비해 사정이 좋은 편이다. 식량 사정이 가장 나쁜 곳은 청진과 함흥이다. 동해안은 인구는 많고 경작지는 적은 곳이다. 우리의 추산에 따르면 도시에 거주하는 3인 가족의 경우 평균 수입이 2000원 정도다. 그런데 이 돈으로는 필요 식량의 70%밖에 구입할 수 없다. 북한 주민들이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북한 정부의 식량 배급망은 어느 정도 작동하고 있는가.

"현재 북한 주민 2370만명 중 70%가 정부의 식량 배급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북한은 1월부터 식량 배급을 하루 300g에서 250g으로 줄였다. 이는 하루 필요한 칼로리의 절반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는 배급량 축소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

-북한의 최근 경제상황은.

"북한이 2002년 취한 7.1 경제관리개선조치는 북한 경제에 복합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긍정적인 측면은 개인 상점이 증가했다는 것이다. 도시는 물론 농촌에 가보면 길거리에서 음료와 과자를 파는 노점이 상당히 늘었다. 목수 등으로 일하는 사람도 눈에 띈다. 부정적인 측면은 실업자가 증가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쌀.옥수수는 가격이 워낙 비싼 데다 물가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다. 그 결과 수입이 빠듯한 주민들로서는 물가고와 실업난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북한 군부가 외국이 제공하는 구호 식량을 빼돌린다는 소문이 있다.

"WFP는 그 같은 소문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 우리가 보기에는 북한의 군부와 엘리트 계층은 WFP의 식량을 빼돌릴 이유가 없다. 이들은 농민들이 생산하는 곡물을 확보한다. 또 북한 엘리트는 '흰 쌀'을 선호하는데 우리는 옥수수와 밀처럼 거친 곡물을 주로 공급한다."

-WFP의 구호 활동은.

"우리는 북한 주민 650만명에게 구호식량을 제공하고 있다. 노인.임산부와 17세 미만의 어린이가 대부분이다. 현재 40여명의 WFP 요원이 북한에서 활동 중이다. 북한 주민들은 물론 관리들도 우리에게 진심으로 고마워하고 있다. 특히 WFP는 한국이 지난 4년간 매년 10만t 이상의 식량을 공급해 준 데 대해 깊이 감사하고 있다."

최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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