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현대경제연 설문] 소비 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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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소비 회복 기미는 '경기 바닥 심리'가 작용한 것일 뿐이란 주장이 제기됐다. 경기 침체의 골이 워낙 깊다 보니 지금보다 더 나빠지겠느냐는 막연한 기대심리가 일시적으로 소비 반등을 부추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분석은 중앙일보가 일반 국민 6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이 작성한 '국내 소비 부진 원인과 회복 전망'이라는 보고서에서 나왔다. 설문조사 시점은 올 설 휴가 직전인 지난달 31일이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 국민 대부분(70%)은 경기 흐름상 지금이 '바닥'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향후 가계 사정을 묻는 질문에 두 명 중 한명꼴인 53%가 '현재와 비슷할 것'이라고 응답했고 '좋아질 것'이라는 비율은 17%였다. '더 나빠질 것'이라는 응답은 29%였다.

이 조사 결과와 관련해 보고서는 "현재의 소비 회복 기미는 심리적 반등 효과와 수출 호조세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됐다"며 "지난달 통계청의 소비자 기대지수가 소폭 상승(90.3)했으나 여전히 기준치(100) 아래에 있어 최근의 소비 회복 기미는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국민이 가계 지출을 줄이는 이유로 조기 퇴직 등 고용 불안에 따른 가계 소득 감소(54%)를 가장 많이 꼽은 것도 소비 회복의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이 늘어난 것도 소비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진단했다. 올해 소비를 줄일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을 보면 정규직(41%)보다 비정규직(58%)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다. 해마다 80만명씩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비정규직의 확대가 소비 회복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는 조사 결과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설문조사에서 대부분(74%)의 국민은 경제에 올인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믿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신 이유론 ▶정부의 정책 추진력 부재(32%)▶민생과 경제정책이 늘 뒷전으로 밀린 경험(31%) 등을 차례로 들었다. 경기 회복 시점도 불투명하다고 여겼다. 경기 회복 시기를 묻는 질문에 64%가 '내년 하반기 이후까지 어려울 것'이라며 매우 비관적인 반응을 보였다. 올해 회복될 것으로 보는 응답은 12%에 불과했고 내년이라고 응답한 비율도 17%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유병규 상무는 "현재의 소비 위축 현상은 ▶외환 위기 이후 소득 감소▶미래 불안심리 확산 등이 겹친 결과"라며 "이를 제대로 풀지 못하면 1990년대의 일본식 장기 소비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경기 활성화 정책을 착실히 실행해 국민의 신뢰도를 높이고, 기업 투자를 유도해야 경기 회복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시래 기자, 신창운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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