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교육감 선출 방식 이대로는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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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교육감 직선제의 폐지 문제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국 시·도지사협의회가 그제 교육감 직선제 폐지 등 교육감 선출방식 개선을 촉구하고 나섰다. 본격적인 민선(民選) 교육감 시대가 열린 지 석 달 남짓 만에 16개 시·도지사들이 한목소리로 직선제 폐지를 들고 나온 것은 그만큼 직선제의 폐해가 크다는 방증(傍證)이 아닐 수 없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정치권, 교육계가 머리를 맞대고 교육감 직선제의 대안을 찾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주민 직선으로 교육감을 뽑은 이후 일선 학교가 갈등과 대립의 현장으로 변하고 있다.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정부 주요 교육정책과 사사건건 충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교원평가제·학력평가·학생지도 등을 놓고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들면서 교사·학생·학부모가 혼란을 겪고 있다. 교육감 직선제는 교육자치의 실현을 위해 도입됐다. 교육자치는 정부 교육정책의 골격은 유지하면서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행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직선 교육감들이 도를 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는 선거 과정 자체의 폐해도 크다. 무엇보다 후보자에 대한 유권자의 무관심이 가장 큰 문제다. 후보자들이 교육 공약보다는 투표용지 순번(順番)을 알리는 데 목을 매는 선거가 되다 보니 적격자를 뽑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로또 선거’로 불리는 이유다. 고비용 선거라는 점도 문제다. 많게는 30억~40억원씩 드는 선거비용을 수십 년간 교육에만 종사해온 후보자들이 감당하라는 건 애초부터 말이 안 된다. 교육비리의 원인을 제공하거나 역량 있는 교육자가 교육감이 되는 길을 차단하는 부작용을 낳기 십상이다.

교육정책은 일관성이 중요하다. 교육감의 이념에 교육정책이 좌우되고 지역마다 제각각의 교육이 이뤄져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문제점이 드러난 교육감 직선제를 그대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 시·도지사와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등 여러 방안의 장단점을 검토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정책의 일관성을 감안해 과거의 교육감 임명제를 다시 도입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