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뒤바뀐 안양천 뱃길 사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4면

“안양천 뱃길 사업을 추진하자.”(이제학 양천구청장) “이미 보류하기로 한 사업이다.”(서울시 이종현 대변인)

안양천 뱃길 조성을 놓고 서울시와 양천구가 ‘공수’를 바꿔 공방을 벌이고 있다. 안양천 뱃길 사업은 850억원을 들여 한강과 만나는 지점에서부터 구로구 고척동에 건립 예정인 돔 야구장까지 7.3㎞ 구간을 정비하는 사업이다. 서울시는 이 구간에 배가 다니는 데 지장을 주는 교량을 철거하거나 구조를 개선하고 수위를 3.5~5m 정도로 유지해 수상 버스와 택시가 한강으로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할 방침이었다.

당초 “생태계 파괴 우려가 있고 불요불급한 전시사업”이라며 반대해 온 양천구 등 서남부권 구청들이 ‘조건부 찬성’ 입장을 밝혔다. 이제학 양천구청장은 7일 “안양천의 수질을 수상 레포츠에 적합한 2등급으로 개선하고 준설 깊이를 최소화하는 등 보완대책을 마련하는 조건으로 사업에 찬성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구청장은 “안양천에 접한 구로·영등포구, 인접구인 금천구도 뱃길 조성 지지의사를 밝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 사업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한강 지천 뱃길 조성사업’ 계획을 세운 이후 올해 6월 환경영향평가와 문화재 지표조사를 맡을 용역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공고를 내는 등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러나 8월 재정강화 대책을 마련하면서 한강 뱃길 조성 사업 중 안양천 구간은 보류하고 중랑천 구간은 축소하기로 했다. 당시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사업 구조조정을 하는 시의 입장에서 구청장들이 반대하는 사업은 우선 고려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제학 구청장은 “당시 반대했던 것은 서울시 계획대로 하면 대형 선박이 오가게 돼 환경오염의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준설 깊이를 1.5m로 제한해 레저용 소형 배만 다니도록 하고 수중생태계 파괴에 대한 사전영향평가를 철저히 해 추진하자는 게 양천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양천구는 서남부 3개 구와 공조할 예정이다. 이 구청장은 “낙후된 서울 서남부의 균형발전 측면에서도 필요하기 때문에 4개 구가 함께 서울시에 공동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박태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