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명대 국어문화원 구현정 원장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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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대 국어문화원 구현정 원장은 국어의 정체성 확립과 함께 아름다운 우리말 사용을 강조한다. 구 원장이 2005년부터 교내에서 하고 있는 ‘우리말글 바로알기’ 문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조영회 기자]

외래어가 범람하고 컴퓨터에선 외계어라 불리는 말들이 홍수를 이룬다. 인터넷에서만 쓰이던 낯선 단어들이 일상의 대화에서 쓰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생기는 문화적인 문제, 느껴지는 ‘세대차이’도 적지 않다. 한글날을 앞두고 우리말, 국어의 정체성을 바로 잡아주기 위해 설립된 상명대 국어문화원을 찾았다.

글=김정규 기자
사진=조영회 기자

-상명대 국어문화원은.

상명대학교 국어문화원은 2004년 설립됐다. 거친 언어 환경 속에서 국어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국어 문화를 발전시킨다는 것이 목적이다. 2005년 국어기본법 시행령을 통해 전국에 지역별 국어문화원을 지정했고, 충남도에서는 상명대 국어문화원이 대표기관으로 지정됐다. 국어문화원은 우리말과 글을 올바로 사용하도록 하여 지식 정보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나아가 국어를 잘 보전하여 국어문화를 발전시키고, 나아가 다문화 가정과 소외 계층이 국어사용과 관련하여 차별이나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도록 하는 일에 이바지하고자 한다.

-하는 일이 궁금하다.

국어사용 상담·교육과 한국어 교원과 같은 국어전문가를 양성하는 일이다. 공문서나 도로 간판과 같은 공공언어의 국어사용 실태 등과 ‘아름다운 가게 이름’과 같은 시상을 통해 지역민에게 국어에 대한 가치를 인식시키는 사업도 한다. 국어를 사용하면서 잘 모르는 표현이나 맞춤법, 띄어쓰기 같은 어문 규범에 관한 문의에서부터 인사말이나 원고, 논문 교정, 그리고 글쓰기, 말하기 교육이 이뤄진다. 현재 지역의 국어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다문화 가정의 국어사용을 돕는 일이다.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 법무부, 충남도, 천안시 등과 함께 다문화 가정 한국어 교실을 운영하며, 한국 생활을 위한 기초 한국어 교육뿐 아니라 취업을 위한 한국어능력 시험 준비반, 자녀 학습 지원을 위한 고급반 한국어 교실 등을 운영해 왔고, 그 자녀들에게 대학생 학습도우미를 파견하여 학습을 지원하고, 여건상 밖으로 나와서 교육을 받기 어려운 분들을 위해 학습지를 통한 한국어 교육도 지원해 왔다. 이와 함께 한국어 교원 양성 과정을 통해 다문화 가정에게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교원들을 교육하는 일, 찾아가는 국어문화학교 강의를 통해 충청남도에 있는 정부, 자방자치 단체, 공기업, 산업체 등의 공문서 바로쓰기, 어문규범 등에 관해 교육하는 일을 하고 있으며, 국어문화원 연합회에서 중학생들의 국어 능력 향상을 위한 ‘황금사전 대회’ 개최, 대학생들의 토론 능력 향상을 위한 ‘토론왕 선발대회’ 등을 하고 있다.

-지역사회를 위해 어떤 일을 하나.

지역민의 올바른 국어사용을 위해 안서초등학교를 비롯한 260곳에 우리말 바로 알기 게시물을 통해 바른 말을 알리고 있다. 천안봉서초등학교를 비롯한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수업용 자료로도 활용하고 있으며, 많은 곳에서 요청하고 있지만, 운영 경비를 조달하기 어려워 일부로 한정하고 있다. 또한 전화나 인터넷을 통해 지역민들의 국어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일을 하고 있다. 국어사용과 관련하여 어떤 내용이든 질문을 하면 국어문화원 연구교수들이 정확한 국어지식으로 답변을 하고 있다.

-이곳을 찾는 해외이주여성들이 많다.

지역 특성상 결혼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이 많다. 그들에게 한국어를 교육하고, 자녀들의 학습을 돕는 일을 하며, 다문화 가정이 건강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상호 소통을 교육하는 일들은 가장 보람 있는 일이다. 시의 후원으로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해 학습도우미 활동을 하고 있는데, 대학생들이 다문화가정 자녀와 일대 일로 만나 이야기도 들어 주고, 한국어 학습도 도와주면서 아동들에게는 말벗이 된다. 의지가 되는 형, 언니들이 생기는 동시에 다문화시대를 살아갈 대학생들에게도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하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결혼이주 여성의 가족들을 위해 쌍방향 의사소통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일방적으로 결혼이주민들에게 한국어와 한국문화만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어머니 나라의 문화와 간단한 생활어들을 서로 익히며 함께 살아가는 예절도 교류하도록 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가족들의 화합과 소통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어떤 효과가 있나.

충남도와 천안시의 후원으로 결혼이주여성 한국어 교육을 하고 있으며, 다문화 가족을 위한 천안 생활 안내서도 발간하였다. 한글날을 맞아 다문화 가족들의 한국어 말하기, 글쓰기 대회 등을 통해 힘들게 공부한 한국어를 겨루며 기쁨을 나눌 수 있게 하고, 방학을 이용하여 다문화 가족을 위한 캠프를 통해 가족을 결속시키는 일과 함께 인도네시아 이주 노동자들을 위한 독립기념 축제 개최나, 저소득층을 위한 합동결혼식 등에도 참여하고 있다. 한국어 교육 수료식을 하는 자리에서 중국에서 온 이주여성이 “대한민국은 정말 좋은 나라입니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이렇게 좋은 대학교에서 공부를 할 수 있게 해주니 이렇게 좋은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라며 소감을 말했다. 결혼이주 여성들은 대부분 우리 대학생들과 비슷한 나이다. 그러다 보니 본국에서도 대학 교육을 받기 어려웠을 것이고, 한국에서라도 대학 캠퍼스에서 공부하는 기회를 갖도록 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한국어 교육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가 하는 작은 일들이 대한민국에 대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며, 지역사회 내의 다양한 계층들과 국어를 통해 만나고 섬기는 일을 통해 건강한 다문화 사회를 만들어 가는데 작은 디딤돌을 만들어 가고자 한다.

-다양한 사업을 하면서 느낀 점은.

국립국어원과 함께 2006년 천안 지역의 도시 언어경관 실태 조사를 하고, 2007년 로마자 사용 실태 조사를 해본 결과, 천안 지역의 가게 이름과 간판에 외국어와 외국글자들이 지나치게 많이 사용되고 있고, 심지어 국적을 알 수 없는 문자들도 범람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다. 이와 같이 외국어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는 우리말의 소중한 가치를 인식하지 않는 것이고, 남의 말이나 글자들을 씀으로써 조금은 더 세련되게 보이거나 격조가 높게 보이고자 하는 의도 때문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통속적인 풍토에서도 우리말을 살려서 쓴 가게들을 찾아 시상을 하는 것을 통해, 생활 현장에서 우리말을 사랑하고, 그 가치를 알리는 업주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아울러 시민들의 의식을 조금씩이라도 바꿀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아름다운 가게 이름’을 선정한 것이 올해로 3회가 되었다.

-아름다운 가게, 어떻게 선정되나.

그동안 ‘단비, 나무마당, 한그릇 뚝딱, 마실, 해들누리, 들꽃’ 등의 이름이 선정되었으며, 올해도 지역 언론사와 홈페이지를 통해 100여 개의 아름다운 가게 이름을 추천받았다. 이 가운데 고유어를 잘 살려 쓰면서, 참신하고 독창적이며, 가게의 특성을 잘 반영하고, 어문규정을 따르면서 어법에 어긋나지 않으며, 밝고, 긍정적이며, 말맛을 잘 살린 이름을 가려 뽑고자 한다. 벌써 3회가 되어서인지 많은 분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새로 창업을 계획하시는 분들까지도 이러한 뜻을 알고 우리말 이름을 짓기 위해 고심하도록 널리 알려서 지역민들의 뜻을 모으고자 한다.

-시민들에게 한마디.

국어를 통해 지역사회를 섬기고자 하는 것이 국어문화원의 목표다. 지역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이 무엇인지 늘 관심을 가지고 탐구하면서, 국어문화원의 역량에 맞는 일들을 묵묵히 해나가고자 한다. 국어를 통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계층이나 지역이 있는지 개인이 있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처음 설립하였을 때의 마음으로 충남 지역과 함께 하며 발전적 방향을 모색하는 기관이 되고자 한다. 국어문화의 발전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생각들을 나누어 주거나, 다문화 가정이나 저소득 계층을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후원하고자 하는 분들은 국어문화원(550-5391, www.smkorean.net)을 찾아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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