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즐겨읽기] 올빼미의 성(城) 1, 2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올빼미의 성(城) 1, 2
시바 료타로 지음, 김성기 옮김
창해, 각권 300쪽 내외, 각권 9000원

역사소설을 즐겨 읽는다면, 혹은 무협지에 열광한다면, 이도 아니면 일본 문화 매니어라면 진작에 꿰뚫고 있을 소설 '올빼미의 성'이 번역돼 나왔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이제 첫 정식 번역본이 나왔다는 소식이 외려 이상할 뿐이다.

소문난 고전인 만큼 소설을 둘러싼 소문이 자자하다. 1958년 신문에 소설이 연재되자마자 일본 열도 전체가 열광했고, 이듬해 단행본이 나오기도 전 일본 문학 최고 권위의 나오키상을 받았다. 60년대 일본 문화가 일제히 닌자나 사무라이를 다루기 시작한 것도 이 소설에서 비롯됐다. 99년 일본에서 영화화되어 같은 해 일본영화상의 작품상.감독상 등 주요 부문을 석권했고, 다음해 한국에서도 부천영화제 작품상을 받았다.

줄거리는 한줄로 요약이 가능하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암살하려는 닌자의 이야기. 모험과 전투, 배신과 로망스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그렇다고 질 낮은 무협지와는 다르다. 60년대 일본엔 '시바 사관(史觀)'이란 말이 있었다. 역사 재현을 위해 작가는 트럭 한대 분의 자료를 수집했단다. 하여 16세기 일본의 생활상이 엄격하면서도 생생하게 그려진다.

닌자(忍者)란 말 그대로 '참는 자'다. 달이 뜨면 행동하고 해가 밝으면 철수한다. 그래서 닌자는 "흙과 같은, 돌과 같은, 바람과 같은, 나뭇잎과 같은 존재"(38쪽)다. 아무도 모르게 밤에만 움직이는 그들의 존재 방식에서 현대문학의 주요 소재인 소외된 인간상의 원형(原形)을 읽는다.

손민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