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5세대 지도부, 북한 문제 엇박자 낼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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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12년 출범할 중국의 5세대 지도부는 북한 문제로 의견 충돌을 빚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다양한 정치적 성향의 지도부 내 정치인들이 북한의 뜻을 모두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 리더십 연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리청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톤차이나센터 연구주임은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1세기 중국의 리더십을 묻는다’ 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가 창립 3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포럼에는 300여 명이 참석했다.

중앙일보 중국연구소 창립 3주년을 기념해 5일 개최한 포럼에서 리청(李成)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선톤차이나센터 연구주임이 토론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영남 서울대 교수, 리 연구주임, 문흥호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장, 전성흥 서강대 교수,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 [김경빈 기자]

리 주임은 “5세대 리더십은 대중(Populist)그룹과 엘리트(Elite)그룹으로 나눠진다”며 “한국이 한쪽 하고만 친하게 되면 위험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지도부의 각 그룹과는 물론 지방 성 지도자와의 관계도 고루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5세대 지도자들은 정치적 배경, 학력, 정책 지향이 다양하다”며 가장 큰 특징으로 ▶문혁 시기의 하방(下放·지방에 내려가 노동 등에 종사) 경험 ▶기술관료 퇴진 및 법학·경제·역사 등 인문사회학 전공자의 부각 ▶해외유학 지도자들의 중앙 권부 진입 등을 꼽았다. 그는 또 “공산당 중앙위원회에 오른 주옌펑(竺延風) 지린성 부성장은 제일자동차그룹 회장을 역임했고, 왕샤오추(王曉初) 당중앙 후보위원 역시 차이나텔레콤 회장으로 일했다”며 “국유기업을 경영했던 경제인들의 부각도 눈에 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치적 성향의 다양성은 정책의 추진력을 떨어뜨리고 최고 권력자에게 도전하려는 중간 정치인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리 주임은 아울러 “새로 등장할 5세대 정치인 중 서구 유학파가 많다는 점으로 볼 때 미국 등 서방과 대립각을 세우지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외교·안보 분야 군부의 입김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리 주임은 2012년 등장할 중국 리더십의 정점에는 대중그룹을 대표하는 리커창(李克强) 부총리와 엘리트그룹의 시진핑(習近平) 부주석이 포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시 부주석에 대해 “군부와의 연계가 강하고, 정치 캠페인에도 유능하다”며 “그러나 태자당 출신으로 강력한 추종자가 없다는 게 약점”이라고 말했다. 리 부총리에 대해서는 “겸손하고 오랫동안 지방(허난성·랴오닝성)에서 근무해 민간의 인기가 높다”며 “그러나 큰 문제를 해결한 업적이 없고, 외교적 경력이 부족하다는 단점도 있다”고 평가했다.

문흥호 한양대 중국문제연구소 소장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이희옥 성균관대 교수는 “5세대 지도부는 시진핑·리커창이 이끄는 양두마차 체제지만 곧 1인 위주의 리더십이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성흥 서강대 교수는 “중국에 새 지도부가 등장해도 중국의 대(對)한반도 정책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중국의 5세대 지도부 시대엔 덩샤오핑의 온건한 외교노선이 중국의 경제적 이익과 애국주의로 인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학계·정부·재계 인사뿐만 아니라 군인·고등학생 등도 참여해 중국에 대한 각계의 뜨거운 관심을 보여줬다. 한미연합사 사령부의 브라이언 포트 부국장은 “중국 리더십 변화는 한반도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며 “업무에 도움이 될 것 같아 강연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글=한우덕 기자·신경진 중국연구소 연구원
사진=김경빈 기자

◆선톤차이나센터=미국 민주당의 싱크탱크로 통하는 브루킹스연구소 내에 설립된 중국 전문 연구센터다. 존 선톤 브루킹스연구소 이사장이 2006년 사재를 출연해 만들었다. 중국 칭화(淸華)대학과 공동으로 이 대학에 ‘브루킹스-칭화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리청 주임을 비롯해 케네스 리버럴, 베리 노턴 등 100여 명의 연구원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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